자율주행자동차는 레벨0(비자동화)부터 레벨5(완전자동화)까지 6단계로 나뉜다. 레벨2는 운전자 개입 없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한다. 앞차를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하는 단계가 레벨3인데 넥스트칩의 타깃 시장은 레벨2~3이다.
자율주행차가 되려면 차량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는 것이 첫 과제다. 인식하기 위한 센서로는 레이다(전파를 이용해 사물을 탐지하는 기술)와 라이다(빛 반사를 이용해 물체의 형태와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 카메라 등이 있다. 넥스트칩의 강점은 카메라다. 차량용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하기 전 고해상도 폐쇠회로(CC)TV 등 영상 처리 반도체(ISP)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넥스트칩의 신제품 아파치6는 유럽 완성차 업체와 기술 검증 중이다. 아파치6는 칩 하나로 최대 8채널 카메라 입력이 가능해 어라운드뷰 등 다양한 각도에서 차량 주변을 한 화면에 보여준다. 김 대표는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을 위한 신경처리망유닛(NPU)을 탑재해 운전자가 졸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쟁사 제품에 비해 품질이 뒤지지 않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아파치6를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 농기계, 드론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다른 차별점은 해외 컨설턴트를 활용한 글로벌 네트워킹과 마케팅이다. 김 대표는 대우통신 수출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 때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하며 네트워킹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김 대표는 “각 글로벌 완성체 업체마다 어떤 부품사를 쓰는지, 아랫단에는 어떤 회사들과 협력하는지, 내부는 어떤 상황인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만 쫓아다녀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며 “물론 기술력이 뒷받침된 다음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1997년 넥스트칩을 창업했다. 2019년 넥스트칩의 오토모티브 사업부문이 물적분할했고, 사명을 그대로 이어갔다. 기존 회사의 영상 보안 사업부문은 모회사 앤씨앤이 됐다. 넥스트칩의 1분기 매출은 60억원, 영업손실은 46억원이다. 양산 전 연구개발(R&D)투자가 대거 들어가는 팹리스 특성상 적자이지만, 시가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에 취임해 국내 팹리스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를 두고 부품회사라고 하지 않듯이 엄연히 팹리스는 소재·부품·장비가 아닌 또 다른 영역”이라며 “정부에서 별도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최형창/강경주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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