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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상반기 주식 시장에서 상승 랠리를 펼쳤던 반도체주들이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무역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만 방위비 발언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미국 제조 비중이 높은 반도체 회사들은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강도 높은 제한에 일제히 하락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날보다 6.62% 떨어진 117.99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10.21%)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10.93%)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급락했다.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대만 TSMC는 주가가 7.98% 내렸고, 브로드컴(-7.91%), 퀄컴(-8.61%), 마이크론테크놀러지(-6.27%), 델 테크놀로지(-6.74%) 등 대부분 반도체주가 5% 이상 하락했다.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날보다 6.81%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부문의 엄격한 무역 제한을 거론하며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시장을 흔들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최근 일본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의 ASML 등에 대해 해외 직접 생산품 규정(FDPR)을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다.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가 자체 대중국 조치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FDPR을 시행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더 엄격한 무역 규제를 예고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시사한다”며 “중국에 첨단 칩과 제조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제재는 화웨이, SMIC 등에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 기업들에도 수십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中 비중 높은 ASML 타격
미국의 수출 통제 이후 중국 매출 비중이 늘어난 ASML 주가는 이날 하루 12% 넘게 빠지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ASML은 지난 2분기에 중국 매출이 급증하면서 중국이 회사 매출의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이다.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무역 장벽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반도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하며 “대만은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제조 비중이 높은 반도체 회사들은 이날 오히려 주가가 뛰었다.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는 6.82% 급등했고 인텔도 장중 8%까지 올랐다. 인텔은 후반에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전날 대비 0.35% 오른 가격에 마감했다.
다코타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로버트 퍼블릭은 “트럼프의 대만 발언으로 인텔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인텔은 미국 내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만의 불안으로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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