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수미 테리가 왜 美 에미상에서 나와

입력 2024-07-18 07:45   수정 2024-07-18 08:18



한국의 거장 박찬욱 감독, 한국 정부를 대리해 불법적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가 에미상 후보에 언급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후보 목록이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의 첫 미국 드라마 연출작 HBO '동조자'는 미니시리즈(Limited·Anthology Series·Movie)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올렸다.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은 드라마다.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소설을 각색해 7부작으로 만들어져 지난 4월 쿠팡플레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공개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아이언맨'과 '셜록홈즈'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알려진 인물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동조자'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하원의원, 영화감독, 교육자 등 1인 4역을 맡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에 '펠로 트래블러스' 조너선 베일리, '베이비 레인디어' 톰 굿먼-힐, '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 존 호크스, '파고' 러몬 모리스등이 남우조연상에 함께 올랐다.

다만 '동조자'는 남우조연상 외에 작품상이나 감독상 등 다른 부문에서는 후보에 들지 못했다.

수미 테리는 북한 주민의 험난한 탈북 과정을 다뤄 호평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공동 제작자(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다른 3명의 프로듀서와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부문(Exceptional Merit In Documentary Filmmaking)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의 도움 아래 탈북민 가족의 목숨을 건 실제 탈출 여정을 생생하게 담은 작품. 미국 감독 매들린 개빈이 연출했다. 지난해 1월 미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영돼 호평받았고, 작년 말 아카데미 영화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예비 후보에 올랐다. 올해 미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됐다.

수미 테리는 한국계 대북 전문가로 꼽혀왔던 인물. 하지만 최근 미국 사법당국은 수미 테리가 한국 정부를 위해 불법적인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검찰은 에미상 후보 공개 전날 공소장을 통해 수미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비공개 대화 내용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정원 요원에게 넘기는 등 한국 정부를 위해 비공개 정보를 취득하고, 한국 당국자들이 미국 당국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는 활동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수미 테리는 국정원에서 명품 코트와 가방, 고급 식사, 3만7000달러(약 5100만원)의 연구자금 등을 받았다고 봤다.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려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테리는 그러지 않았다는게 검찰의 지적이었다.

수미 테리는 이날 체포당했지만, 보석금 50만 달러(약 6억9000만원)를 내고 당일에 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에미상은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며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2022년 9월 열린 제74회 시상식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받았다.

할리우드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올해 1월 열린 제75회 시상식에선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작품상과 감독상(이성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을 포함해 8관왕을 휩쓸었다.

이날 공개된 에미상 후보에는 미국으로 입양돼 요리사로 성공한 한국계 크리스틴 키시가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에 올랐다. 크리스틴 키시는 NBC유니버설 계열 브라보 채널의 인기 요리경연 프로그램 '톱 셰프'(Top Chef) 시즌 21의 진행자를 맡아 활약했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쇼군'과 요리사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더 베어'가 각각 20여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방송사나 스트리밍 플랫폼별로 보면 FX가 '쇼군'과 '더 베어'가 부문별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총 93개 후보에 오르며 압도적인 기세를 보였고, 넷플릭스는 '더 크라운'을 필두로 총 107개 후보를 배출해 수적인 우위를 점했다. 미국 드라마의 명가로 꼽히며 작년까지 에미상을 휩쓴 HBO는 총 91개 후보에 그쳐 3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에미상 시상식은 오는 9월 15일 오후 5시(미 서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리며, 미 ABC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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