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vs테슬라 지금 사도 될까?"…애널리스트 10인의 답은

입력 2024-07-21 08:58   수정 2024-07-21 09:14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 증시를 들썩이게 한 엔비디아와 긴 하락장 끝에 상승 전환했던 테슬라 주가에 제동이 걸렸다. 엔비디아는 지난 5일간 9.8% 급락했고 테슬라 역시 6%대 하락을 기록했다. 월가에선 주가가 10% 넘게 떨어지면 ‘조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 증시의 꽃인 기술주가 힘을 못 쓰는 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금리,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서학개미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AI 거품이 걷힌 엔비디아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다시 뛰는 줄 알았던 테슬라의 질주가 멈춘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조정 이후 다시 상승할 준비를 하는 것일까.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추가 상승에 베팅할 투자자에겐 지금의 조정장이 기회다. 반면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하락에 베팅할 투자자에겐 지금이 이익을 실현할 매도 타이밍이다. 한경비즈니스는 해외주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10명에게 물었다. 엔비디아냐 테슬라냐 고민에 빠진 서학개미를 위한 가이드다.


한경비즈니스가 질문을 던진 해외주식 담당 애널리스트 10명 중 9명은 엔비디아를 꼽았다. 실적발표 전까지는 주가가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엔비디아가 가진 독보적인 지위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발 AI 거품이 꺼질 것이란 우려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고 주가는 올해 들어 140% 이상 올랐다.

2분기 들어서는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지난 6월 1분기 실적과 10분의1 주식 분할을 발표한 후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오픈AI의 챗GPT 출시 후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2년 말 이후로는 주가가 9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증시 역사에서 엔비디아처럼 단기간에 시총이 급격히 불어난 기업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애플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후 3조 달러를 달성하는 데 6년이 걸렸고 MS는 5년이 소요됐지만 엔비디아는 불과 1년 만에 시총 1조 달러 기업에서 3조 달러 기업이 됐다. 시총 2조 달러에서 3조 달러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0일이었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졌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시장 독점력과 높은 이익 등 수익성 지표가 뒷받침하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의 김환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실적 폭발력은 시장 의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세장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 양산될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의 수요가 예상보다 높은 만큼 내년까지 실적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만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블랙웰 GPU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TSMC에 칩 생산 주문량을 25% 늘렸다. 공식 출시 전부터 글로벌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면서 생산 주문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아마존과 델, 구글, 메타, MS 등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가 결합된 AI 서버를 구축할 예정이다. 블랙웰 플랫폼은 엔비디아의 기존 호퍼 플랫폼보다 추론 성능 최대 30배, 연산 속도는 2.5배가량 향상됐다.

김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대비 향후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치는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으나 이익 성장성, ROE, 점유율 등을 감안하면 아직 주가 상승 여력은 존재한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엔비디아는 고마진 제품 판매를 통해 영업이익률은 70%,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8%로 동종 기업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하반기 차세대 GPU인 블랙웰 인도를 앞두고 있고 각 산업별 AI 소프트웨어를 공개해 중장기 매출과 이익 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엔비디아가 테슬라보다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다음 실적발표 전까지 엔비디아 주식은 소강상태에 있고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남아 있지만 차세대 AI 반도체(블랙웰 시리즈)를 중심으로 성장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술격차에 따른 독점력이 훼손될 때가 1차 차익 실현 타이밍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견고한 독점력이 훼손되기 전까지는 매도 타이밍이 아니라는 말이다.



9명의 애널리스트가 ‘엔비디아’의 손을 들 때 1명의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를 택했다. 2024년 상반기 해외주식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다.

올해 초 248달러 수준이던 테슬라 주가는 한때 40% 넘게 떨어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부진한 판매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7월 17일 기준 248.50달러까지 회복한 상태다.

이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올해 1분기까지 ‘전기차 판매 부진’ 우려가 반영돼 주가가 빠졌지만 엔비디아의 실적은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하락)’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7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거나 더 올라가야 하는데 AI 반도체 경쟁자들이 등장하면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반면 테슬라는 이미 주가에 전기차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만큼 작년만큼만 실적이 나와도 주가가 선방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서열 3위는 엔비디아에 베팅
돈나무 언니는 “로보택시 나오면 테슬라 10배 상승”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상승에 베팅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59명 가운데 54명이 ‘매수’ 의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엔비디아의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최근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이기도 했다. 특히 한때 미국 서열 3위였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포트폴리오가 화제였다. 펠로시와 그의 남편은 미국에서 알아주는 ‘투자 천재’다. 통상 펠로시 부부의 포트폴리오는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과 나스닥 지수를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

미국에서 민주당 의원들이나 그 가족들이 투자하는 주식을 추종하는 ETF(언유주얼웨일즈 서버시브 민주당 트레이딩)의 심벌도 낸시의 이름을 딴 ‘NANC’다. 그런 그녀가 최근 엔비디아는 대거 사들이고 보유하고 있던 테슬라 주식은 팔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6월 24일(현지 시간)부터 7월 1일까지 펠로시 부부는 엔비디아 주식 1만 주를 매수했다. 이는 당시 거래일 기준으로 약 100만 달러(약 14억원)에서 500만 달러(약 69억원)의 가치에 달한다. 반면 거래 가치 25만 달러(약 3억원)에서 50만 달러(약 7억원)에 달하는 테슬라 주식 2500주를 매도했다.

한편 테슬라는 최근 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며 친공화당 행보를 보이자 ‘트럼프 수혜주’로 불리며 주가가 뛰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난 19일 "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명령을 끝낼 것"이라고 말하자 주가가 다시 급락했다.

월가에서 테슬라의 상승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은 전기차보다 로보틱스 사업의 성공 여부에 향후 주가가 달렸다고 판단한다.

테슬라는 당초 8월 8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로보택시’ 공개를 10월로 미뤘다. 로보택시는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탑재한 택시다.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보택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단순한 전기차 회사를 넘어 AI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에 가장 큰 기대를 거는 투자자는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다.

그는 7월 1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자율주행 택시플랫폼을 구축하면 주가가 약 10배 상승할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택시 플랫폼은 오늘날 진화하는 가장 큰 AI 프로젝트다. 우리가 옳다면 주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의 비전도 로보틱스 사업을 향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800명에 가까운 신규 채용 공고를 냈는데 일자리 대부분이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를 포함한 AI와 로봇공학 관련 직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율주행 개발 또는 오토파일럿과 관련된 일자리가 최소 25개 있으며 옵티머스에 초점을 맞춘 일자리가 최소 30개로 파악됐다.

테슬라는 지난 4월 대규모 직원 감축에 나선 바 있다. CNBC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인력 감축 규모는 1만9500명으로 추산됐다. 전기차 인력을 감축하며 늘어난 자리에 로봇과 AI 관련 인력을 채우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채용은 테슬라가 올해 없앤 수천 개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고 머스크의 미래 비전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머스크는 테슬라를 전기차 회사라기보다 AI·로봇·지속가능에너지 회사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한마디에 반도체주 최악의 날
하반기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증시 리스크는?

하반기 미국 주식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증시 리스크도 살펴봐야 한다. 10인의 애널리스트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리 변동성과 경기 둔화 움직임, 정책 변화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발하면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7월 1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반도체주가 일제히 추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6.62%, 브로드컴 7.91%, AMD 10.21%, 퀄컴이 8.6% 하락했다. 이들 대부분이 대만 TSMC를 통해 반도체를 제조한다.

TSMC는 같은 날 7.98% 떨어졌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악재가 됐다.

그러자 이날 전 분기 대비 18% 상승한 실적을 발표한 ASML마저 11.25% 급락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10인은 금리인하 불확실성 역시 대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가 집권하면 관세 확대, 감세 연장으로 재정적자가 커지고 이민 억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고금리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보다 실적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한투자증권의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미국 시장은 실적 장세에 있기 때문에 시장이 하락할 진정한 위험은 실적 부진에서 비롯될 공산이 크다”며 “2분기와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어닝쇼크가 날 가능성을 가장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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