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나경원 폭로' 일파만파…뼈아픈 실점 자초했다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4-07-18 20:23   수정 2024-07-18 20:25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나경원 후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한 후보가 서둘러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반한(반한동훈)계는 이를 고리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1강' 흐름을 이어오던 한 후보가 선거 당락을 가르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목전에 두고 뼈아픈 실점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내 반한계 및 친윤(친윤석열)계는 나 후보가 공소 취소를 요청한 '패스트트랙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정권에 의한 부당한 공소 제기이기 때문에 취소되는 게 적합했다는 논리로 한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당시 현역 의원들을 비롯한 여러 당 관계자들이 기소된 사건인 만큼, 이를 폭로성으로 언급하는 건 매우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그동안 한 후보를 직접 비판하지 않던 인사들도 저마다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공세를 폈다. 먼저 원조 친윤계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형사사건 청탁 프레임을 들고나왔는데, 청탁이 아니다. 2019년 우리 당은 민주당이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할 당시, 법안 접수 등을 물리적으로 저지했고, 이로 인해 재판에 넘겨졌다"고 했다.


권 의원은 "국회법 위반을 불사하는 민주당을 막기 위한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단일대오로 나섰던 것이다. 그 결과 전현직 의원 27명과 당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들까지 부당한 기소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핵심"이라며 "당시 우리 당의 모든 의원이 나섰지만, 재판은 일부 의원만 받고 있다. 즉 전체 의원을 대신해 희생하고 있는 것인데, 당을 위해 지금도 희생하고 있는 사람을 내부 투쟁의 도구로 쓰면 되겠나. 경쟁은 하더라도 선은 지켜달라"고 했다.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사건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저도 이 사건의 27번 피고인이다. 매번 공판정에 앉아 재판받으면서 분노와 자괴감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사필귀정이라 믿으며 재판에 임하고 있다"며 "무도한 더민당 세력과 법 기술자들의 농간에 우리 당 동지들이 고통받고 있다. 부당한 공소제기는 취소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출신 강승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5년 전의 일이지만 생생하다. 민주당이 휘두르는 주먹과 흉기에 의원님들과 당직자, 그리고 보좌진들이 다쳤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투쟁을 멈추지 않고 국가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싸웠다"며 "정권교체의 씨앗이었다. 그때의 치열했던 행동이 없었으면 우리 보수는 소멸했다. 한 후보에게 요청드린다. 패스트트랙 기소, 법에 따른 정당하고 합당한 기소였느냐"고 했다.


친윤계 중진 의원인 윤한홍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이던 공수처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아내기 위한 우리 당의 총력 투쟁이었다"며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폭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분이 한 말씀이 맞는지 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 앞장서겠냐"고 했다.

비윤(비윤석열)계 인사들이나 일부 광역단체장까지 한 후보를 비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경닷컴에 "한 후보가 공격을 받다 보니 감정적으로 그럴 수 있는데, 넘지 말아야 할 금도를 넘었다는 게 의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런 식이면 당을 위해 누가 희생하겠냐"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이양수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후보의 발언은 "전략상 실점한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을 재판받는 의원들이 30명인데, 그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미래의 비전을 보여야 할 전당대회가 난장판으로 진행돼도 꾹 참고 있었는데, 열받아 한마디 하겠다. 한 후보의 폭로에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2019년 자유한국당이 온몸으로 저항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좌파의 장기 집권 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된 악법이었다"며 "나 역시도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았었고, 동료 의원들과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삭발까지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 후보의 발언 기저에 있는 인식에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했다.


앞서 한 후보는 전날 오전 CBS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으냐"고 했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이던 나 후보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나 후보가 이 사건의 공소 취소를 청탁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한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다. 당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당대회 당락을 가르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19~20일)를 하루 앞둔 가운데 큰불이 붙은 이번 논란은 한 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하루 앞두고 한 후보가 뼈아픈 실점을 자초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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