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모두 팔고 중국 반등에 베팅

입력 2024-08-01 09:48   수정 2024-08-01 09:49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운용 CEO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분기에 미국 빅테크 지분은 모두 처분하고 중국 빅테크 기업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중국 기업의 실적 개선에 따라 중국 주식 시장 회복을 예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 잠시 중국 빅테크 매수 기조에서 돌아섰던 버리 CEO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중국 주식 매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징동닷컴, 최대 보유 종목 등극

지난 5월 버리 CEO가 이끄는 사이언 자산운용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사이언 자산운용은 중국 기업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 징동닷컴은 직전 분기 20만 주에서 1분기 36만 주로 확대해 펀드 내 비중을 6.11%에서 9.53%로 대폭 확대했다. 알리바바 홀딩스 주식 역시 추가 매입해 12만5000주를 보유 중이다. 펀드 비중은 6.15%로 징동닷컴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BIDU) 주식도 새로 매입했다. 보유 비중은 4.07%다.



버리 CEO는 일부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이언 자산운용 펀드가 보유한 개별 종목 수는 25개에서 16개로 줄었지만, 펀드 포트폴리오 가치는 9460만달러에서 약 1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시장은 버리 CEO가 미국 빅테크가 아닌 중국 빅테크에 베팅한 것에 주목했다. 사이언 자산운용은 펀드의 4~5%를 차지하던 아마존과 알파벳 주식을 1분기에 모두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리가 미국의 주요 기술 대기업의 지분을 완전히 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은 뜨거운 랠리 이후 성장 전망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오라클, CVS 등 직전 분기에 매입했던 주식을 포함해 미디어 회사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클라우드서비스 기업 토스트, 리조트 운영사 MGM리조트 등 14개 주식을 팔아치웠다.

대신 중국 주식이 반등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증시가 바닥을 치면서 1분기에 사이언 자산운용은 징동닷컴과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에 대한 베팅을 2배로 늘렸다”며 “중국 정책 입안자들의 (증시 부양) 노력과 중국 기업 실적 개선 조짐이 주식 시장 반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러한 베팅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징동닷컴 주가는 올해 초 27.2달러에서 지난 5월 17일 35.2달러까지 올랐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알리바바는 같은 기간 18.43% 급등했다.

금·청정에너지 매수

버리 CEO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 하락에 베팅하며 반도체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티커명 SOXX) 풋옵션을 10만 주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SOXX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TSMC 등에 투자하는데, 이들 종목 다수가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로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버리 CEO가 큰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분기에 풋옵션 매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버리 CEO는 금과 청정에너지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 사이언 자산운용은 1분기에 폐쇄형펀드(CEF)인 ‘스프롯 피지컬 골드 트러스트’(PHYS)를 44만 주 이상 신규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현재 시장 가치로 약 760만 달러에 달하며 포트폴리오에서 7.37%를 차지한다. 이는 버리 CEO가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에 따라 상반기에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나타냈다. 5월 2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PHYS 역시 1년(2023년 5월 20일~2024년 5월 19일) 동안 21.52% 급등했다.

이후 소폭 하락했던 금 가격은 7월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대세론이 굳어지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한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7월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8월물)은 전날 대비 1.6% 상승한 온스당 2467.80달러에 마감하며 5월의 역대 최고가를 뛰어넘었다.

이외에 사이언 자산운용은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FSLR), 보험 회사 시그나(CI), 영국 에너지 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FSLR 등을 포함한 11개 종목을 추가 매입했다.





한경제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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