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남긴 DNA 그대로…30년간 '어른이들' 위로한 픽사 월드

입력 2024-07-18 17:06   수정 2024-07-19 02:34


“9년을 기다린 동화가 시작되자, 어른들이 더 신났다.” 요즘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2’를 두고 하는 얘기다. 개봉 한 달여 만에 775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겨울왕국’ 시리즈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애니메이션 영화 타이틀을 얻었다. 비결은 세대를 관통하는 스토리텔링의 힘. 어린이뿐 아니라 무더위와 장맛비를 뚫고 극장을 다녀간 ‘어른이’들의 표정에도 먹먹함과 후련함, 기쁨과 불안이 감돈다. 모두의 과거였고, 모두의 지금을 이야기하는 섬세한 연출과 시나리오가 극장의 위기 속에서도 보석처럼 빛났다는 얘기다.

애니메이션의 주요 타깃은 더 이상 10대 전후가 아니다. 사실 많은 어른이 ‘인사이드 아웃2’ 같은 애니메이션에 익숙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부터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업’ ‘코코’ 같은 영화들이 약 30년간 극장가를 휩쓸어왔다. 3040세대라면 어린 시절 ‘토이 스토리’ 비디오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보던 기억도 적잖다. 이 영화들과 ‘인사이드 아웃2’의 공통점이 있다면 디즈니의 스튜디오 픽사(PIXAR)가 제작했다는 것.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부터 어떻게 한국을 홀려왔을까.
픽사의 스토리텔링 DNA, 잡스로부터
199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컴퓨터그래픽(CG)으로만 이뤄진 3차원(3D) 장편 영화 ‘토이 스토리’가 개봉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앞두고 마치 예고편처럼 등장한 영화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한 영화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요즘보다 훨씬 강렬한 ‘문화적 충격’을 안겼다. 제작사는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 산하의 컴퓨터 부서였다가 1986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인수해 ‘픽사’라는 새 이름을 달고 태어난 픽사 스튜디오. CG 애니메이션으로 영화예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안긴 픽사의 출발점엔 혁신의 아이콘 잡스가 있었던 것이다.

픽사의 세계관엔 잡스의 흔적이 진하다. CG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라는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다는 점에서다. 픽사의 작품은 하나같이 개인의 성장, 가족애, 우정, 죽음 등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풀어낸다.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인 캐릭터 뒤에 숨은 메시지가 깊이를 더하는 것.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짧지만 모든 걸 보여주는 한마디, 시각적으로 단순하지만 살아 있는 디자인 등 스토리텔링과 직관성을 강조하던 잡스의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인사이드 아웃2’ 역시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에게 찾아온 새 감정 ‘불안’의 모습이 무한 경쟁 강박에 시달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토이 스토리’ 이후 30년 ‘코리안 인베이전’
풍성한 스토리텔링은 빈약한 서사를 싫어하는 까다로운 한국 관객들의 눈을 만족시켰다. 1995년 12월 30일 ‘토이 스토리’가 국내 관객과 만난 이후 30년간 개봉한 27편의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중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은 작품만 9편에 달한다. 300만 명 이상이 본 영화도 ‘인사이드 아웃’(2015·497만 명), ‘코코’(2018·351만 명), ‘인크레더블2’(2018·303만 명), ‘토이 스토리4’(2019·340만 명), ‘엘리멘탈’(2023·724만 명), ‘인사이드 아웃2’까지 6편이나 된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점유율과 매출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성과인 셈이다. 실제로도 한국 영화시장은 디즈니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다. 지난해 개봉한 ‘엘리멘탈’의 경우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둬 피터 손 감독이 직접 한국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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