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눈매, 뺨에 길게 난 상처도 진짜였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배우 유희제는 스포츠센터 회원들을 사로잡은 유머러스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SBS '커넥션'의 마약범 공진욱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연기를 하기 위해 친구들과 극단을 만들고, 연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아르바이트 일을 찾다가 GX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코로나19 전까지 일했다는 연기에 진심인 유희제는 "'커넥션'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주변에서 다들 '잘봤다'고 해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커넥션'은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중독추적서스펜스다. 첫 방송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해 탄탄한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지막 회는 14.2%로 끝맺었다. 배우 지성이 마약에 중독된 형사 장재경 역을 맡았고, 유희제는 그를 마약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유통책 공진욱 역을 맡았다.
'커넥션'은 신종 마약 등 모든 갈등이 박태진(권율 분)이 욕망을 발현하기 위해 설계한 악의 구조 속에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막을 내린다. 공진욱은 신종 마약을 기반으로 조직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성매매 등 여러 전과로 자신을 조사했던 검사 박태진이 실질적인 설계자인 것을 모른 채 그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며 납치, 살인 등 악행을 저지른다. 대사나 분량은 많지 않지만 등장 자체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공진욱의 존재감은 유희제의 살벌한 연기로 더욱 빛을 냈다는 평가다.
"(김문교) 감독님께서 저의 전작 tvN '이로운 사기'를 재밌게 봐주셨다고 하셨어요. 거기서 나온 것처럼 미스터리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인상을 원하셨고, 저도 저를 각인시키고, 궁금증을 유발해야 추격 과정이 재밌을 거라 생각해서 원래 제 뺨에 있던 흉터를 더 도드라지게 분장하자고 했어요. 이 흉터는 5살 때 누나랑 태극기 깃봉으로 칼싸움하다가 생겼어요.(웃음) 흉터 제거 수술을 그동안 10번 정도 했는데, 복원을 해도 80% 정도밖에 안 된다고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메이크업으로 가리면 흐려질 정도가 됐는데, 이 흉터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됐고, 강렬한 인상도 남기게 된 거 같아 다행이에요."
공진욱은 등장할 때마다 뛰거나 액션을 해야 했지만, 유희제는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무릎 인대가 늘어나 오래 달리면 아픈데, 3시간 정도 짧은 거리를 빠르게 달리고, 쉬고를 반복하니 근육통이 오긴 했다"며 3시간 동안 인터벌 트레이닝에 가까운 촬영을 했다면서도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는 거보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면서 타고난 활동파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했어요. 6살때 '뭔가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처음 시작한 게 태권도였고, 중학교 때 1, 2년 정도 쉰 거 빼곤 쭉 계속 선수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턱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복귀했는데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겨루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시범단도 해보고 여러 시도를 하던 차에 우연히 연극반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저보고 '연기를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딜 가도 빼지 않고, 주변 친구들을 이끄는 '리더형'이라는 유희제는 연극부에서도 부장을 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서울예대 진학 후에도 주변 지인들과 뜻을 모아 '불의전차'라는 극단을 만든 후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것도 그때의 유희제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 등극한 지금까지 유희제는 불의전차 공동대표 겸 제작 PD다. '커넥션' 마지막 촬영을 강원도에서 마친 후에도 곧바로 불의전차가 대학로에서 선보이고 있는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 무대에 올랐다. 해당 연극이 오는 21일 종연한 후엔 8월부터 '펜스 너머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반 출신이라 그런지 연극의 무대에 빠져 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 가서도 연극동아리에 들어가 연극을 했고, 그 친구들이랑 극단을 만든 거예요. 졸업하면 연영과 나온 많은 학생이 오디션을 보고 어디 들어가서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작은 단역, 앙상블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우리들끼리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만들어보자 해서 만든 게 1, 2개씩 하다 보니 10년이 됐어요. 처음엔 20만원씩 각출해 공연을 올렸는데,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흑자도 나고, 각종 지원 사업을 신청해 지원도 받고, 극단 배우들의 팬들도 생겼어요. 우리 극단 외에 뮤지컬, 연극 쪽의 핫한 배우들을 객원으로 하다 보니 그쪽에서도 저희를 알아봐 주시고, 그렇게 자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되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매년 연극과 드라마 혹은 영화를 각각 1편씩은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을 전한 유희제는 "로맨스, 코미디 이런 안 해본 장르에 대한 갈증은 있다"며 "장르물을 많이 했고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많이 해서 기회가 된다면 재밌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연기자로 느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작품이 없다 싶으면 공연을 만들어서라도 일을 만들어서 하는 편"이라며 "앞으로 너무너무 바빠져서 '무대에 서고 싶은데 어려워' 하고 싶지 않다"면서 연기와 연극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자신의 목표로 이름 석 자를 정확하게 알리는 거라고 밝혔다.
"제 이름이 유희'제'거든요. 본명이에요. 많은 사람이 이름을 말하면 유희'재'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제'가 더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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