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자신이 법무부 장관일 때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 "나경원 후보는 당시 당직도 아니셨고, 개인 차원에서 부탁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는 19일 SBS가 주관한 마지막 방송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늘 국회에서 열린 '탄핵 청문회'를 반대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회의를 방해했다며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우리당 의원들을 고발하려고 한다. 고발되어야 하느냐? 기소되었다면 공소 취소를 요구하겠느냐'는 나 후보의 질문에 "정치인으로서, 당으로서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후보는 다만 단서 조항을 달며,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를 부탁한 것은 '개인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나 후보는 "그게 개인 차원입니까? 저는 27명의..."라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제가 제 것만 빼달라고 했습니까? 한동훈 후보님, 똑바로 말하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는 호통을 치며 "개인 차원이라고요? 제 거를 빼달라고 했습니까?"라며 재차 물었고, 한 후보는 "네"라고 여러 차례 대답했다.
나 후보는 "저를 이렇게 모욕하실 수 있느냐"며 "제가 27명의 의원(및 보좌진)이 기소됐고, 우리 거를 공소 취소하려면 야당 의원도 같이 공소 취소를 해야 하니까 그걸 같이 해달라고 말씀드린 것 아니냐? 제 것만 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이에 "국민들이 보고 계시지 않나. 사건 당사자가 법무부 장관에게 사건 내용을,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받아줄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공소 취소를 요구하겠다고요? 저는 전직 원내대표로서 27명을 대표해서 우리 당 의원, 보좌진을 대표해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그게 제 개인 비리냐"고 개탄했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17일 방송토론에서 ""나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으시죠?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국회 내 진영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당내 의원 및 보좌진들이 재판받는 사안인 만큼, 폭로성으로 언급하는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후보는 비판이 거세지자 전날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아무리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