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일해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까지 1만 명을 훌쩍 넘는 환자가 보고되는 등 최근 10년 새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100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의미처럼 백일해에 감염되면 발작적 기침을 한다. 성인은 가벼운 기침 증상만 호소하지만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감염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각지에서 보고된 백일해 환자는 1만1555명이다. 이들을 연령별로 분석했더니 10대 이하가 94%를 차지했다. 소아 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누적 환자가 260명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환자가 44배 넘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 연간 누적 환자 496명보다는 23배 넘게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명)과 비교하면 608배나 많은 환자 수다. 올해 이전에 가장 유행이 컸던 2018년에도 백일해 환자는 980명 정도였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에 감염돼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올해는 백일해균과 다른 종의 비슷한 균으로 분류되는 파라백일해균, 홈자이균 등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대개 여름과 가을에 환자가 많다. 환자와 접촉하거나 기침 등을 통해 공기 중으로 튀어나온 비말로 전파된다. 환자 1명이 12~17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해에 감염되면 4~21일가량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시작된다. 전파력이 강한 초기엔 콧물, 발열 등의 감염 증상과 함께 가벼운 기침을 호소한다. 기침 강도가 높아지면서 기침 끝에 ‘흡’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기침과 함께 구토나 가래를 동반하는 환자도 많다. 숨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올 들어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춤했던 다른 감염병들이 다시 유행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일부 국가에선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백일해 검사가 늘어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일해는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이들에겐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성인은 증상이 없거나 기침을 다소 오래 하는 정도로 끝나는 사례가 많다. 가정 및 어린이집 등에서 감염 예방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성인 환자를 통해 아이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발작성 기침을 하거나 기침 증상이 밤에 더 심하다면 백일해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기침 후 구토로 이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유행하는 백일해의 병원성은 다른 국가 대비 특별히 높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1세 미만 아이들의 백일해 백신 접종률은 97.3%에 이를 정도로 높다. 발병 초기 항생제 등으로 치료하면 경과가 좋다.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성인 백신 접종률이 낮은 데다 1세 이후 아이들의 추가 접종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 차에 맞는 기초 접종과 생후 15~18개월, 4~6세, 11~12세에 맞는 추가 접종을 모두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 등도 백신을 맞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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