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뜻하는 말로, 자신을 향한 깊은 탐색과 이해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자아가 명확할수록 더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서양철학에서는 자아 찾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자아를 찾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자아를 찾아 방황하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나 자신’은 없다. 교양으로서의 동양철학(自分とか ないから. 養としての東洋哲)>은 현대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다 지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자신을 찾으려다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과 인생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을 선사한다.
출간 2개월 만에 6만5000부 판매를 돌파하며 화제를 불러 모은 책의 저자 ‘신메이 P’는 자칭 ‘도쿄대를 졸업한 백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일하다 퇴사 후 지방에서 교육사업을 시작하더니, 이후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다. 저자는 계속해서 자아를 찾아 헤매다 결국 무직 상태의 백수가 됐다고 고백한다.
32세에 백수가 된 후 아내와 이혼까지 하고 5년 동안 이불 속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이불 속에서 동양철학을 만나 삶이 바뀌었다. 서양철학은 읽을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는데 동양철학은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답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동양철학을 접하다 보면 ‘이불 속에서 빈둥거리는 게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어렵지 않다. 사실 단순하다. 인생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책이 바로 그 사실을 알려준다. 동양철학은 어쨌든 편해지기 위한 철학이다. 무직이건, 이혼하건, 이불 속에 있건 간에 굉장히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대단한 철학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불교, 힌두교, 도교 등의 경전에서 찾아낸 동양철학의 지혜를 전한다. 동양철학 서적 50권을 읽으면서 스스로 터득한 ‘나 자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인생 철학’을 소개한다. 붓다를 만나며 ‘무아(無我)’라는 세계를 깨달았다. 나는 없는데, 없는 것을 찾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게 됐다. 티베트불교의 아버지 나가르주나는 저자에게 ‘공(空)’의 개념을 가르쳐줬다. 세상 만물은 사실 비어 있으며 허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노자와 장자의 가르침은 ‘있는 그대로 최고’이며 ‘세상은 한낱 꿈’이라는 ‘도(道)’의 사상을 깨닫게 해줬다. 이 밖에도 책에는 달마의 ‘선()’ 철학, 일본의 고승 신란이 설파한 ‘타력(他力)’ 철학 등 저자의 허무한 인생을 깨워 이불 밖으로 나오게 해준 동양철학의 매력이 펼쳐진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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