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던 리츠가 돌아왔다

입력 2024-07-19 17:48   수정 2024-07-20 01:06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리츠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리츠의 신규 자산 편입이 수월해지고 임대 수익률도 상승해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일부 리츠는 외형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빌딩 매입에 나서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스피 하락에도 리츠는 ‘꿋꿋’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리츠를 모은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최근 10거래일(7월 8~19일) 동안 3.8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반도체주 하락과 미국 대통령 선거의 영향으로 2.33% 하락했지만 리츠는 비교적 선방했다.

리츠별로 보면 상승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1위인 SK리츠는 최근 한 달 새 6.17% 올랐다. 2위인 ESR켄달스퀘어리츠(9.83%), 3위인 롯데리츠(8.99%)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외 리츠에 투자하는 ETF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리츠를 담은 ‘ARIRANG K리츠Fn’은 최근 한 달 새 5.26% 올랐고, 미국 리츠를 담은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도 같은 기간 6.19%, 싱가포르 지역 리츠만 담은 ‘ACE 싱가포르리츠’도 5.44%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금리에 민감한 리츠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 차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은행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늘어난다.

시장금리는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연 3.077%로 4월 말 3.552%에서 0.4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울 지역 내 오피스 공실률이 최근 2.4% 수준으로 단기간 높아질 가능성이 작아 리츠 투자에 적합한 시기”라고 했다.
○새 건물 품고 배당 커질까
금리가 하락하면서 일부 리츠는 신규 자산 편입도 하고 있다. 삼성FN리츠는 지난달 26일 삼성화재 경기 판교사옥을 삼성화재로부터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매입액 1259억원 가운데 655억원을 유상증자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차입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신한알파리츠는 지난달 21일 서초GS타워의 자산 편입을 마무리했다. 총매입금액은 2023억원이다. 한화리츠는 한화생명으로부터 장교빌딩을 808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디앤디플랫폼리츠와 맥쿼리인프라 등도 신규 자산 편입을 추진 중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금리 부담이 큰 만큼 신규 자산편입이 어렵지만 하락기에는 외형 확장을 통해 배당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며 “현재 국내 리츠와 인프라펀드가 준비하는 신규 자산편입 규모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리츠는 주가가 부진해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프랑스 내 크리스탈파크와 물류창고 등을 편입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7.5% 떨어졌다. 벨기에와 미국 오피스 빌딩이 주력인 제이알글로벌리츠도 올 들어 5.9% 빠졌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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