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실내 체육관에서 93분간의 열정적인 연설로 건재를 과시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대선 후보가 된 그는 자신이 세운 역대 최장 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기록(2016년 75분)을 경신했다.
둘째 아들 에릭의 연설 다음 순서로 무대에 등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장 암살 미수 사건 이후 보내준 사랑과 지지에 감사한다”며 “4분의 1인치 옆으로 비껴간 총알에 목숨을 잃을 뻔했고 그 상황을 말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다시 듣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이 내가 죽었다고 여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랬다”며 오른팔을 들고 “파이트(fight), 파이트, 파이트”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행사장은 청중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능한 신의 은혜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단결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동 운명으로 묶여 있고 함께 일어나지 않으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도 자제했다. 현 정부의 실패를 강하게 비판했으나 “역대 최악의 대통령 10명보다 더 큰 피해를 줬다”고 말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을 뿐 그 외에는 ‘이 사람 아래서’ ‘현 정부 아래서’ 등으로 표현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은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두 아들이 매주 소환장을 받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미친 낸시 펠로시’(전 하원의장)라고 비난했다.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선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등 모든 지역에서 침략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들은 감옥에서, 정신병원에서 몰려온다”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유세장에는 부인 멜라니아가 참석했고, 장녀 이방카 부부, 장남 도널드 주니어와 약혼녀, 차남 에릭 부부, 손자·손녀들이 총집결했다. 멜라니아와 이방카가 이번 대선 유세현장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