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배신감에 '분노'…"지지자 칼에 찔린 카이사르 같아"

입력 2024-07-20 10:23   수정 2024-07-20 11:1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주 선거운동 재개를 시사하며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그의 중대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일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유세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델라웨어 사저에서 요양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사방에서 사퇴 압박이 조여오는 와중에 다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젠 오말리 딜론 바이든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MSNBC 방송의 '모닝 조'에서 "대통령 스스로 여러 차례 언급했듯 그는 이기기 위해 출마했으며 그는 우리의 후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대체 후보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힌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민주당 원로들이 대선 후보직 사퇴를 부추긴다고 보고 바이든 대통령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고령으로 인한 인지력 및 업무수행 능력 저하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3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한 이들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으로 꼽힌다.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이지만, 지지율 하락을 들어 그의 중도 사퇴를 설득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나머지 인사는 눈에 띄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태도로 느낀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바이든 대통령의 운명을 고대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영어명 줄리어스 시저)에게 비유하기도 했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고위 관계자는 "이 남자(바이든 대통령)를 30년, 40년 알고 지낸 사람들이 그를 앞과 뒤에서 찌르고 있다"며 "그들이 그를 줄리어스 시저로 만들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로마에서 종신독재관이 된 카이사르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가 공화정 지지자들의 칼에 찔려 숨졌다. 암살자 중에서 측근인 브루투스를 발견한 카이사르가 한 "브루투스 너마저도"라는 말로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좌관들에게 자신을 대선 후보직에서 밀어내려는 민주당 주요 인사들에게 "상처받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며 카이사르와 같은 상황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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