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9000만원 싸게 샀다면 못 들어와"…이사차 막아선 까닭

입력 2024-07-21 14:46   수정 2024-07-21 15:33


신축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 할인에 나서자 일반 분양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주 남구 월산동에 위치한 A 아파트 건설업체와 시행사는 미분양 물량 80여가구에 대해 9000만원 할인분양에 나섰다. 이 단지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총 741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161가구다.

일반 분양자들은 급작스러운 할인 분양에 집값 하락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청약에 당첨돼 매입한 가격보다 할인 분양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다. 향후 집값이 분양가보다 오른다면 할인 분양자들은 낮은 가격에 매수한 만큼 더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전남에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할인분양에 반대하며 이사 차량 진입을 막는 사태도 빚어졌다.
올해 3월 전남 광양시 마동에 있는 B 아파트 건설업체와 시행사는 미분양가구인 194가구에 대한 5000만원 할인 분양에 나섰다.

소식을 접한 기존 입주 가구는 지난달 할인 분양 세대의 이사를 막기 위해 아파트 지상 진입로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진입로에 누워 차량 운행을 막은 한 입주민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해 10월에도 이 아파트 단지의 할인 분양을 놓고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 원 등을 요구해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미분양 무덤 대구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 1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동구 율암동 C 아파트에서는 기존에 할인 없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들이 가구 창문에 '할인 분양 결사반대 입주 금지'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할인 분양자들에게 관리비를 20% 내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 이런 미분양 물량은 골칫거리다. 통상 건설사들은 처음 분양하고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2~3년 동안 공사를 진행하는 기간에 마케팅 등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정리한다. 때문에 입주 때까지도 털어내지 못한 미분양 물량은 '악성'으로 취급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할인 분양은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일종의 '자구책'인데, 이런 자구책으로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감면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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