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이 올해 상반기 기준 4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구직활동을 포기한 20대 고학력자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는 월평균 405만8000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7만2000명 증가했다.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수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와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인구도 비경활에 포함된다.
올 상반기 대졸 이상 비경활은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이 위축됐던 2021년 상반기(404만8000명)보다도 1만 명 많다. 2022년 상반기 391만2000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상반기 398만6000명으로 증가한 뒤 올해 다시 400만 명을 넘겼다.
최근 전체 비경활 감소세에도 대졸 이상 비경활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체 비경활 인구는 작년 상반기 1627만9000명에서 올 상반기 1616만6000명으로 11만3000명 감소했다. 반면 대졸 이상 비경활이 늘어나면서 전체 비경활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상반기 24.4%에서 올 상반기 25.1%로 0.7%포인트 높아졌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 네 명 중 적어도 한 명은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20대에서 비경활 인구가 늘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졸 이상 청년층(15~29세) 비경활 인구는 월평균 59만1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00명 증가했다.
기업들이 대규모 공개채용 대신 경력직 중심의 수시채용을 늘리며 고학력 청년층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을 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인 청년층(15~29세)이 첫 취업에 성공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1년 전보다 1.1개월 늘었다.
대졸자 역량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구직 포기 등 비경활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수준은 높아졌지만 대졸자 생산성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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