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1주일 새 채권형 펀드에 약 1조5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56조9907억원으로 집계됐다. 11일 이후 1주일 새 1조2919억원 증가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 설정액도 같은 기간 1913억원 늘어나 9조9056억원을 기록했다. 1주일 새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약 1조4842억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61억원 감소했다.
펀드 수익률도 주식형보다 채권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각각 0.24%, 1.22% 상승한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81% 하락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1~18일 국내 주식 ETF 설정액은 2628억원 줄어든 반면 국내 채권 ETF 설정액은 8622억원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기존에 발행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크리스토퍼 월러 미 중앙은행(Fed) 이사는 지난 17일 “기준금리 인하가 타당해지는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시장이 ‘이상적 상태’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Fed의 노력이 필요하고 실업률 상승 위험이 예전보다 크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금리 인하 신중론’을 펼쳐온 월러 이사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재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의 통화 완화 선호 발언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9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지난주 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도 ‘9월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9월에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르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승하고 있는 수도권 주택 가격, 증가하는 가계 부채 등을 감안하면 금통위는 9월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을 확인한 뒤 10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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