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위권 로펌 중 최초로 여성 업무집행대표가 탄생했다. 지난 1일 취임한 법무법인 원의 이유정 신임 대표변호사(56·사법연수원 23기·사진)다. 21일 서울 역삼동 원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대표는 “사회적 책임이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개인, 중견기업,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로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고액 수임료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의 옆에서 실력으로 경쟁하는 ‘다윗’을 자처한 셈이다.
원은 기후, 젠더, 고령화, 노인 인권 등 사회적 이슈에도 주목하고 있다. 원은 2015년 법조계 최초 ‘지구법’ 강좌를 개설했고, 2018년 설립한 사단법인 올에선 일반 로스쿨에서 다루지 않는 젠더법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올해 2월 한국젠더법학회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원은 상속 분야 강자로 꼽힌다. 2012년 삼성가·태광그룹 상속 분쟁, 2016년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인 사건, 2019년 한진칼 3세 간 경영권 분쟁 등 굵직한 재벌가 상속 사건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3월 상속 관련 종합 법률·세무 컨설팅 서비스 ‘헤리티지 원’을 출시했다. 이 대표는 “국경을 넘나드는 상속 분쟁에 대비해 미국 회계법인 LEK파트너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조직 개편도 진행 중이다. 정보기술(IT)위원회를 신설해 AI를 활용한 리걸테크 서비스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럽연합(EU)에서 AI법이 통과돼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우리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AI법 시행에 대비해 기업들의 사전 대응을 돕겠다"고 말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고 있는 데 대해 이 대표는 “법조계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며 “육아휴직 제도 정착, 근무 유연화 등 성평등 정책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원의 여성 파트너 변호사 비율은 30%로, 업계 평균(10%)을 크게 웃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에 지명된 바 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와는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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