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노래들이 뻔한 스토리를 잘 덮어주었다

입력 2024-07-21 17:47   수정 2024-07-22 00:28

평범한 소년이 발랄하고 적극적인 소녀를 우연히 만난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사랑으로 발전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동명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사진)은 이른바 ‘보이 미츠 걸(boy meets girl)’ 장르의 작법을 충실히 따른다. 엄격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천재 피아노 소년 아리마 코세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혼내는 어머니에게 “죽어버려”라며 작별 인사를 한 탓에 그는 죄책감에 빠져 산다. 한때 천재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

항상 움츠러들어 있는 그를 찾아온 미야조노 카오리. 콩쿠르 대회에서도 악보를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연주를 마음껏 펼치는 자유로운 영혼의 바이올리니스트 소녀다. 대회 순위나 남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자유로운 그녀를 보고 아리마는 호기심 섞인 사랑을 느끼며 변해간다.

풋풋하고 달콤한 이야기지만 밋밋하다. 밝은 줄만 알았던 여학생이 사실 큰 병을 앓고 있다거나 아리마의 엄마가 아들을 닦달한 이유가 사실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설정은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무대 경험은 놀랍다. 학교, 카페, 콩쿠르 공연장 등 배경이 시시각각으로 바뀌어 예쁘게 그려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아름답다. 무대 뒤까지 영상을 활용해 별빛 가득한 하늘과 꽃잎이 흐드러진 강가로 채워 몽환적인 무대가 만들어진다.

가장 돋보이는 장점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 ‘웃는 남자’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등 굵직한 작품에서 음악을 맡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곡 능력에 감탄이 나온다. ‘퍼펙트’처럼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부터 청춘 만화에 딱 어울리는 청량한 합창곡까지 세 시간을 빼곡히 채운다. 후반부에 이야기 전개가 더뎌지는 구간조차 와일드혼의 음악이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원작 만화의 한계를 음악과 무대로 극복한 작품. 공연은 8월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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