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수억 원을 받고 문항 수천개를 대형 입시학원 등에 팔아넘긴 현직 고등학교 교사 등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현직 교사와 대형입시학원 간 문제 유출 및 문항 거래 등 유착을 일컫는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통해 총 69명을 입건하고 24명을 1차로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5명은 불송치했으며, 40명은 아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 사건은 총 24건으로 교육부 수사 의뢰 등 5건, 감사원 수사 의뢰 17건, 자체 첩보 2건 등이다. 1차 송치 대상자를 범죄 유형별로 나누면 문항 판매 14명, 문제 유출 1명, 자격위반 19명이며 10명은 혐의가 중복으로 적용됐다.
24명 모두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현직 교사로 파악됐다. 입건 대상자 전체로 보면 69명 중 현직 교원은 46명(범행 후 퇴직자 2명 포함), 학원 관계자는 17명(강사 6명 포함), 기타 6명이다. 기타 6명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관계자 4명과 입학사정관 1명이 포함됐다.
국수본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형 입시학원 등에 수능 관련 사설 문항 수천개를 제작·제공한 대가로 2억5400만원을 수수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문항 판매)로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2022년 5월께 평가원이 주관하는 2023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의 특정 과목 검토진으로 참여해 알게 된 출제정보를 활용, 11개 문항을 제작했다. 또 모의평가 시행 전 사교육업체 2곳에 판매한 사실(문제 유출)도 확인돼 위계공무집행방해, 정부출연기관법 위반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A씨는 EBS 교재 출제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현재도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를 포함해 문항 판매 혐의로 송치된 14명 중 11명은 사교육업체에 수능 관련 사설 문항을 제작·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 문항당 판매 가격은 평균 10만원 내외이고 최대 20만∼30만원짜리도 있었다.
다른 3명은 특정 학원에 독점적으로 사설 문항을 제공하기로 약정한 후 최대 3000만원의 전속(독점)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 교사는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범행했으며, 문항 판매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겸직 근무 위반 등 징계 사유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 교사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전문가 감정 등을 토대로 유사성을 확인해 혐의를 적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편 현직 교사들의 문항 판매 행위에 대해 청탁금지법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김민진 기자 kmj07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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