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3일 08: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자사주 처분 공시를 강화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카카오와 호텔신라를 포함해 23개 기업이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등 10곳이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자사주 460만주를 담보로 28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밖에 코스피 상장사 자화전자(375억원), 디아이(200억원) 유니드(154억원) 등 기업이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호텔신라는 지난 5일 자사주 213만5000주를 담보로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0%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 청구기간은 지난 12일부터 2029년 6월 28일까지다. 1주당 교환가액은 이날 호텔신라 종가 5만1500원 대비 20% 가량 높은 6만2200원으로 정했다.
3분기 중 시행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는 자사주 보유 현황과 목적, 향후 처리계획을 작성해 이사회에 승인받아야 한다. 자사주 소각 압력을 피해 미리 자사주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자사주를 담보로 한 교환사채 발행에는 양면성이 있다. 기업들은 교환사채를 발행해 당장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거나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을 갚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교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시장에 자사주 물량이 풀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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