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골프장 로비와 출입로에 현수막을 내걸고 천막, 확성기를 설치하는 등 쟁의행위를 벌였다고 해도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됐다고 볼 수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계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무리한 손해배상 청구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2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최재원)는 지난 18일 신원컨트리클럽(신원 CC)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일신레져가 전국노동평등조합 신원 CC지부 간부 등 4명을 대상으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와 회사는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후 조직개편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 간부가 시설팀장에서 코스시설 관리팀장으로 전보하자 노조는 2022년 3월 회사의 조치가 '부당전보'라고 주장하고 골프장 로비 등 9곳에 대자보를 게시했다.
한달여 후에는 로비와 이용객 출입로 6곳에 "조직개편을 가장한 노조 탄압" "노조 만들게 한 현 회장 물러나라" "현회장은 책임지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고, 몇주 후에는 로비 현관에 천막과 확성기를 설치하고 노동가를 틀어놨다.
이에 회사 측이 노조와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회사 측은 "노조가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현수막을 게시하고 천막과 확성기를 설치해 계속적으로 고음의 노동가를 송출했다"며 "가스, 온수, 에어컨 공급을 중단하거나 조합원들로 하여금 연장근로를 거부하게 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보발령 취소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골프장 이용자의 증가율이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등 2억3800만원의 영업 손실과 비조합원을 초과근무 시키면서 지급한 추가 근무수당 6000여만원 등 총 2억9800여만원의 손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조의 대자보나 현수막 게시, 천막 설치로 골프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쟁의행위의 본질상 사용자의 정상 업무가 저해되는 경우가 있음은 부득이한 것으로서 사용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판결을 인용했다.
이어 법원은 "현수막 게시로 인해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확성기를 사용했지만, 수인한도를 넘는 소음 피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 등이 골프장에 LPG 가스, 온수, 에어컨 공급을 중단했거나 조합원들에게 연장근로 거부를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노조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쟁의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골프장 이용객이 다른 골프장보다 적게 증가하였다거나 조합원들의 부당한 연장근로 거부 내지는 근무 태만으로 인하여 비조합원들에게 초과로 지출한 근무수당이 6000만원에 이른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불가피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했는지 여부, 조합원들에게 지급할 연장근로수당과 비조합원들에게 초과로 지출한 근무수당과의 차액 등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도 없다"고 보고 회사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을 담당한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김주원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에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남발하는 그릇된 관행에 대해 사법부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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