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에 기댔던 두산 SK식 지배구조 개편...전례없는 여론 결집에 '쩔쩔'

입력 2024-07-24 17:45   수정 2024-07-25 13:22

이 기사는 07월 24일 17: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과 SK그룹 등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주요 그룹들이 예상보다 거센 주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각 그룹이 '합법' 테두리 안에서 계획했던 지배구조개편안이 정작 대상이 되는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정치권까지 공세에 나서면서다. 시장에선 각 그룹이 향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미래 사업 시너지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지 않으면 원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도 관측되고 있다.
'체코발(發)' 주가상승 기댔던 두산...후폭풍에 몸살
2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내 M&A 관계자들은 최근 발표한 지배구조개편안을 두고 소액주주들과 정치권의 반발을 모니터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개편이 오너일가만 유리한 방안으로 설계됐다는 주주들의 원성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사실상 사면초가에 몰리면서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간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간 1조원을 벌어들이는 두산밥캣과 100억원대 적자인 두산로보틱스는 시가총액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1대 0.63으로 교환비율이 정해졌다.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주)두산은 현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그룹 영업이익의 96%를 벌어들이는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을 14%에서 42%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는 게 주주 불만의 핵심이다.



분할합병의 대상이 되는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3사의 주주 동의를 모두 얻어내야하지만 시장에선 계열사 중 소액주주 비중이 가장 큰 두산에너빌리티(3월말 기준 63.40%) 주주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주당 2만850원에 인수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되, 총 행사 규모가 6000억원을 초과하면 절차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역산하면 소액주주가 보유한 총 4억617만4445주 중 7% 가량인 2877만6978주의 반대 의사가 모이면 합병이 흔들리게 된다.

또 3월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4341만9037주(지분율 6.78%)를 보유한 국민연금만 합병에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지배구조 개편은 무산될 수 있다. 두산 측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정해둔 한도 이상으로 들어와도 이사회 검토를 거쳐 재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반대의사가 공식화된 상황에서 그룹이 강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두산그룹 내부에선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원전 수주 결과 발표 이전 지배구조 개편 발표를 빠르게 끝내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원전 수주 소식에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이상으로 치솟으면 기존 주주들이 반대의사를 청구할 필요성이 없어져 분할·합병이 수월히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체코 원전 낭보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치솟으면 합병비율 산정 및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계산도 있었다.

실제 두산그룹이 지배구조발표안을 발표한 지난 11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종가는 주당 2만185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2만850원)을 웃돌았고 체코 원전 수주가 확정된 이달 18일엔 장중 주당 2만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18일 장중 치솟았던 주가가 2만1000원으로 급락하면서 원전 수주 효과를 하루도 보지 못했다. 이후 합병비율 산정이 두산에너빌리티에 불리한 구조라는 해석이 시장에 확산되며 주가는 19일 이후 연일 행사가에도 못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밥캣 주주들의 불만도 문제지만 당장 마주한 가장 큰 불똥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라며 "그룹에선 원전 수주 발표 이후 주가변동이 컸을 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상인 주주들이 주식을 팔고 나갔을 것이라는 데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온 SK에코 살려야할 이유 구체화해야"
같은 시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과 SK 굵직한 지배구조개편안을 내놓은 SK그룹도 외국인투자자를 비롯한 주주 설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선 "두산그룹이 부정적 이슈를 가져가서 다행"이라는 평가와 "두산 탓에 '꼼수'로 같이 묶인데 대한 부정적 기류가 공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주) 계열사의 SK에코플랜트로의 이전 등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선 두산과 달리 합병비율 산정 등의 문제보다는 '정당성 확보'가 주주들의 의사를 가를 것으로 내다본다. 전자의 경우 매 년 수조원의 적자가 쌓이는 부실 자회사인 SK온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합리적인 지, 후자의 경우 산업가스(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반도체 유통(에센코어) 등 SK에코플랜트와 산업적 연계가 전무한 알짜 계열사들을 SK에코플랜트에 이전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게 SK㈜주주에 더 유리한 방안인 지 여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한 SK이노베이션 담당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1대 2가 적당하냐, 1대 1.2가 적당하냐가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SK온에 언제까지 얼마를 더 지원하면 배터리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 등 산업적인 전망에 있다"며 "이부분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 없다면 원안 통과를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그룹들이 명분 마련을 두고 전략을 고심하는 사이 주주들은 전례없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움직이고 있다. 야권에서 일명 '두산 밥캣 방지법'을 발의해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을 추진하는 데 이어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두산 사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금융위가)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 있는지 보겠다"고 발언에 나섰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까지 '합법' '적법'의 틀에서 무사통과를 자신해왔던 다른 기업들도 두산 사례에서 기존 계획을 재검토하는 기조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이 치러야할 평판 리스크가 더욱 커지면서 주주와 소통을 더 늘리자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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