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이후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2세대 K뷰티’ 열풍은 3만 개가 넘는 수많은 중소·신진 브랜드의 부상을 특징으로 한다.
티르티르는 그 중에서도 K뷰티 색조 브랜드를 대표하는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유의 빨간 달걀 모양 쿠션으로 미국·일본 여성들을 열광시킨 티르티르는 올해 설립 5년 만에 ‘매출 3000억원 고지’를 눈앞에 뒀다.
2019년 창립한 티르티르는 쿠션 파운데이션 등 색조 메이크업 분야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초기에는 이른바 ‘물광 피부’를 선사하는 도자기 크림과 물광 미스트 등 스킨케어 제품으로 SNS에서부터 입소문을 탔다. 2020~2021년 2년 연속으로 4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2022년부터는 여세를 몰아 일본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비장의 무기는 일본에서 먼저 단독 론칭한 ‘마스크핏 쿠션 라인’이었다. 일본 여성들은 습도가 높은 기후 특성상 메이크업을 오랜 시간 유지 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티르티르의 대표 제품인 ‘마스크핏 레드 쿠션’은 균일하고 촘촘한 파우더가 밀착돼 있어 이런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이었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 “티르티르 쿠션은 피부와 강력하게 밀착돼 메이크업이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마스크핏 레드 쿠션은 지난달 말까지 누적 763만개가 팔리며 일본 ‘국민 쿠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티르티르는 일본 시장에 진출한 수많은 K뷰티 중에서도 단기간 급성장을 이뤄낸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일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선호도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는 등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티르티르는 미니백 속에 휴대하기 편한 사이즈가 필요하다는 일본 소비자들의 요청에 ‘마스크 핏 미니 쿠션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티르티르는 미국 시장에서 또 한 번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진출 1년 만인 지난 4월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K뷰티 최초로 마스크핏 레드 쿠션으로 파운데이션 부문 판매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두 달 뒤엔 6월에는 아마존 전체 뷰티 카테고리에서 한국 브랜드 중 처음 색조 제품으로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역시 철저한 소비자 조사와 빠른 피드백이 비결로 꼽힌다. 티르티르는 다인종이 모여 사는 북미 시장 특성에 맞게 30가지에 이르는 다채로운 컬러를 선보였다. 자기 피부보다 밝은 색깔의 티르티르 제품을 바르며 아쉬워했던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 달시에게 한 달 만에 피부에 딱 맞는 쿠션을 개발해 선물한 사례(본지 7월 3일자 A4면)가 대표적이다.
SNS에서는 “K뷰티가 비판을 수용하고 제품을 개선했다는 게 진짜 멋지다”며 티르티르의 대응을 극찬하는 반응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마스크핏 쿠션 라인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 1700만개를 돌파했다.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지에서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지난달 동남아 최대 쇼핑 플랫폼인 ‘쇼피 싱가포르’에서도 메이크업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이달에는 대만 왓슨스 100여개 매장에 입점하며 대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서울 홍대와 성수에 있는 ‘티르티르 스토어’에는 외국인 관광객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쿠션 등 주요 제품 생산량을 연초 대비 400% 늘렸음에도 제품을 바로 구입하지 못하는 ‘품절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 업계도 티르티르의 고성장에 주목했다. 지난해 6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더함파트너스가 티르티르 지분 약 50%를 890억원에 사들였다. 올해 4월엔 구다이글로벌이 1500억원에 이를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3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티르티르를 인수한 구다이글로벌의 광폭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화장품 유통회사로 시작한 구다이글로벌은 2019년 조선미녀에 이어 올해 티르티르와 라카 등 K뷰티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했다. 최근엔 스킨1004 운영사인 크레이버코퍼에이션 인수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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