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 이자이익 확대로 올해 상반기 10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 하반기에는 ‘내부통제’ 고삐를 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횡령 사고가 연이어 터진 데다 최고경영자(CEO)가 금융사고에 책임을 지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과 연체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우리금융도 지난 12일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을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영업점에서 발생한 180억원 횡령 사건을 두고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의 신념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의식 내재화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임 회장은 또 “뼈아프다”고 표현하며 “‘리스크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책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하반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18일 ‘상반기 성과분석회의’에서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협은행의 5월 말 기준 가계대출(0.37%)과 기업대출(0.65%) 연체율이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상시로 전략회의를 열고 있는 만큼 별도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건전성 관리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한편 5대 금융은 올 1분기 홍콩 H지수 ELS 자율 배상 여파로 1조6650억원에 달하는 충당부채를 쌓았음에도 2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3년 연속 상반기 10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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