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 20년…더 못버텨", 도쿄대 등 日국립대 인상 추진

입력 2024-07-22 17:15   수정 2024-07-23 02:27

일본 도쿄대가 일으킨 등록금 인상 물결이 다른 국립대로 확산하고 있다. 20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 재정 부담이 커지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국 78개 국립대(응답 기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곳은 도쿄대, 와카야마대, 가노야체육대 등 3개교였다. 향후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학교는 12곳으로 나타났다.

도쿄대는 지난달 재학생 온라인 간담회에서 등록금을 20%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부과학성은 2005년 국립대 등록금 표준액을 연 53만5800엔(약 475만원)으로 정하고, 표준액의 최대 20%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상한까지 인상하면 도쿄대 등록금은 연 64만2960엔이 된다.

일본 국립대 대부분은 20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했다. 올해 들어 인상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물가가 올라 연구, 교육 관련 비용이 늘어난 반면 국가 교부금은 줄어들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국제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위기도 커지고 있다. 교육·연구 환경 개선, 디지털전환(DX) 대응 등이 시급하다고 국립대는 주장한다.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은 “등록금 수입은 대학의 글로벌화와 DX에 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했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100만엔에 이르러 국립대와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도쿄대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면제 대상 저소득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액 면제 대상을 현재 연간 가구 소득 400만엔 이하에서 600만엔 이하로 늘리기로 했다. 연 소득 600만~900만엔 가구에도 등록금을 일부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니혼게이자이는 “국력을 지킬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의 질적 향상은 필수”라며 “경제적 이유로 진학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장학금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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