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아디다스, SK 그리고 '백 투더 베이식'

입력 2024-07-22 17:18   수정 2024-07-23 00:32

사람들은 시련을 딛고 재기한 기업 스토리에 열광한다. 다 망해가던 PC업체에서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이 된 애플과 무너진 ‘TV 왕국’의 영광을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로 재현한 소니에 그랬다.

여기에 추가할 만한 기업이 하나 더 나왔다. 만년 2위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다. 31년 만에 연간 적자(5800만유로)를 낸 게 불과 1년6개월 전인데, 올해는 10억유로 흑자를 낼 것이라고 공언한다. 그사이 주가는 두 배로 뛰었다. 요즘 아디다스는 그만큼 ‘핫’하다.

이 모든 변화는 푸마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축구선수 출신 최고경영자(CEO) 비에른 굴덴이 ‘구원투수’로 온 작년 초 시작됐다. 굴덴이 어떤 특별한 마술을 부린 걸까.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과제는 ‘우리는 지고 있다’는 걸 직원들에게 일깨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휴대폰 번호를 전 직원 6만 명에게 공개하고, 시도 때도 없이 소통했다. 그렇게 변화를 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굴덴이 찾은 위기 탈출 해법은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만 찾던 조직문화를 ‘일단 해보자’로 바꾸는 것,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백 투더 베이식)이었다. 스포츠 브랜드가 스포츠 후원을 포기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한동안 포기했던 크리켓과 럭비 등을 다시 품었다. 항상 “현장을 챙기라”고 주문했고 “판단이 서면 우물대지 말고 바로 실행하라”고 채근했다. 할인 최소화, 재고 감축, 비용 절감 등 누구나 알지만 실제 하기는 힘든 일에 매달렸다. 한동안 놓친 ‘경영의 기본’을 다잡은 게 아디다스 재기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 SK그룹도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아디다스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조직이란 점에서 몇 배 풀기 힘든 ‘고차 방정식’이지만, 큰 틀에선 비슷한 점이 많다. 느슨해진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고,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한 점에서 그렇다. 계열사들이 너도나도 친환경·바이오에 투자하던 걸 중단시킨 게 대표적이다. 경영의 기본인 비효율과 낭비 요인도 싹 다 발라내겠다고 했다. 쓸데없는 자산은 팔고, 중복사업은 통합하기로 했다.

다이어트만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돈을 인공지능(AI)처럼 SK가 잘 아는 분야, 잘할 수 있는 분야, 시장이 활짝 열린 분야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아디다스가 어려운 상황에도 인도의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후원을 재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스피드’도 닮은 대목이다. SK는 그룹 사업재편 작업에 들어간 지 불과 반년 만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쳐 자산 100조원짜리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고, SK렌터카 등 여러 계열사와 사업 지분을 정리했다.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뒤따르는 구조조정을 남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는 있었지만 결국 이겨냈다. 이번에도 조금만 더 버티면 잘 풀릴 거다’란 근거 없는 믿음을 떨쳐내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었다면 대우나 STX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을 터다.

그런 점에서 재계 2위 그룹이 해오던 대로 하는 ‘관성의 법칙’을 버리고,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건 한국 기업사(史)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훗날 SK가 더 성장한다면 지금의 아픔이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53년 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SK의 모태인 선경직물 직원 2300명을 1200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환골탈태시키고, 그때부터 쌓은 체력으로 종합에너지 기업의 꿈을 실현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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