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8000억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른 시일 내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을 소환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방사청장은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HD현대 측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꿨다는 의혹을 받는다.
HD 현대는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기밀을 몰래 촬영해 보관한 혐의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에 적발돼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HD 현대는 총 100점 중 0.056점 차이로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갔다. 왕 전 방사청장은 이 과정에서 HD 현대에 유리하게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방사청은 이달 초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규정을 바꾼 적이 없다”며 의혹을 공식 반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관련 수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8월과 12월에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왕 전 청장 이외 최근 관련자 한명을 추가 입건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인물은 현대중공업이나 방사청과 관련된 것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에선 연내 발주될 상세 사업 선정이 경찰 수사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사업 선정 과정 등 다른 외부 요인과 진행중인 수사는 함께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며 “수사 절차에 따라 가능하면 신속 엄정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건으로 임원개입 사건 등을 포함해 나머지 4건은 현재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찰은 현재 KDDX 사업 기밀 유출 건과 관련해 HD현대 임원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한화오션 측의 고소장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HD현대 측은 “혐의가 있다면 경찰의 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단 한번도 경찰조사는 물론 문의조차 없었다”며 “수사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경찰이 공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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