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TV 토론을 계기로 불거진 ‘고령 리스크’ 논란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차기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전폭 지지하고 나서면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선에서 ‘흑인 여성’ 대 ‘백인 남성’ 대결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성명서에서 “재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민주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토론 이후 25일 만의 후보직 사퇴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사례는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정치적 붕괴(collapse)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가 올해 우리 당의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며 “이제 함께 힘을 모아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 또한 SNS를 통해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조만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절차를 확정해 공표하기로 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성명에서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다음달 19~22일로 예정된 시카고 전당대회 또는 그전에 진행하는 온라인 투표에서 대선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민 2세대이자 법조인 출신으로 중도파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한다. 흑인이고 비교적 젊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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