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후보로 지지한 것은 민주당에서 이반되고 있는 청년층 여성층 등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 자격을 얻으면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모은 대선 자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약한 민주당 내 지지 기반을 다져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 위스콘신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오하이오 등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면서다.
미국 NBC방송은 “일부 민주당원은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몇몇 흑인 의원과 민주당 전략가들이 가장 충성스러운 유권자가 흑인 여성인 민주당이 해리스 부통령을 건너뛰고 그들의 기반(흑인 여성)을 분노하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주요 인사와 의원 일부도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해리스 부통령이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권 잠룡으로 거론돼온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이날 SNS에서 “우리 민주주의가 위태롭고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의 당선을 막으려면 “해리스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외에 다른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확실한 지지 표명을 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지지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당내 결집된 지지를 얻지 않으면 다른 당내 대선 후보들과 다시 경쟁해야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력을 부각하는 한편 비민주적으로 추대됐다는 공화당의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미니 경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산하 규칙위원회가 24일 회의를 열고 새 대선후보 지명 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새 후보가 예정대로 화상투표를 통해 조기에 확정될 수도 있고, 또는 1968년 이후로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오픈 컨벤션’(개방형 전당대회)을 통해 결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 컨벤션은 경선 후보자들이 공식적으로 경쟁에 참여해 표를 호소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경선 명부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300명의 대의원 서명이 필요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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