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OCI홀딩스는 대체 공장을 찾을 때 전기료부터 챙겼다. OCI 말레이시아 공장이 자리잡은 사라왁주의 전기료는 밤에는 ㎾h당 41.2원, 낮에는 65.2원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한국(㎾h당 153.5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낮은 전기료에 더해 2조원에 달하는 법인세 감면 혜택과 낮은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생산 원가는 한국의 절반도 안 될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업체인 한화큐셀은 일부 한국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조지아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과도한 규제와 높은 법인세율 등이 주로 꼽혔지만, 요즘엔 전기료를 얘기하는 기업인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전기료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자 콧대 높던 유럽도 전기료 인하에 나섰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치솟는 전기료(㎾h 370.3원)에 제조업체들이 떠나자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기료에 부과되는 세금을 97% 감면해주기로 했다. 독일 정치권은 도매 전력 가격이 ㎾h당 90.8원(6유로센트)을 넘을 경우 그 차액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요금제도 논의 중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내 제조기업 ‘단골 진출국’의 산업용 전기료도 ㎾h당 100원 안팎이다. 이들 역시 지방에선 60~70원대로 전기료를 낮춰준다.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배터리용 동박을 제조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 등이 진출했다. 이로 인해 해외에 6개나 있는 국내 기업의 동박공장은 정작 한국엔 두 곳뿐이다.
여러 업종에서 한국과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중국 기업들은 자국의 값싼 전기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중국의 평균 전기료는 116.6원이지만, 햇빛 좋고 물 좋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내몽골, 윈난성 등지의 전기료는 60~70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공장을 유지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전기료 부담은 매년 늘고 있다. 2020~2023년 3년 새 반도체 분야 전기료 부담은 5조7100억원에서 9조3000억원으로 3조5900억원 늘었다. 삼성전자 한 곳만 1조68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업종은 3년간 2조4400억원, 철강 등 1차 금속 업종은 2조900억원, 자동차 업종은 1조1300억원 늘었다.
성상훈/김우섭/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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