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2년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64.2%에 그쳤다. 100원에 원재료를 사 와 64원에 팔았다는 의미다. 원가 회수율은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90%를 웃돌았지만 2021년 85.9%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전기요금엔 이런 원가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런 원재료 부담 등을 고려해 대기업에서 주로 쓰는 산업용(고압용) 요금만 16.6원(17.3%) 올렸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6.1달러)의 54%(106.8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의 부채 비율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2020년 132조원 수준이던 총부채는 2023년 202조원을 기록해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88%에서 543%로 크게 뛰었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납부하기가 빠듯한 상황이다. 한 해 한전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4조~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한전 측 입장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력업계는 한전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전력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자윤 한양대 명예교수는 “한전이 적자로 송·배전망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첨단산업 성장도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의 적절한 인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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