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자동차를 앞세워 질주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수 시장점유율은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가장 높다. 미국에선 지난 2분기 현대차를 제치고 전기차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
22일 글로벌 자동차 조사기업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기아는 2분기 미국 시장에서 1만798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작년 2분기(7636대)보다 135.5% 늘었다. 이에 따라 기아의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년 전(2.4%)보다 두 배 넘게 높은 5.4%로 현대차(5.1%)를 처음 제쳤다. 현대차도 지난 2분기 미국에서 1년 전보다 21.5% 증가한 1만6815대를 팔았는데 점유율에선 기아가 앞섰다.
기아와 현대차의 선전으로 부동의 1위 테슬라의 2분기 시장점유율은 49.7%로 떨어졌다. 테슬라의 점유율이 50% 밑으로 하락한 건 201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기아가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낸 배경에는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이 있다. EV9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9671대 팔렸다. 세계로 무대를 넓히면 1만9297대로 늘어난다.
기아는 국내에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상반기 기아의 내수 시장점유율은 34.6%로 현대차그룹 안으로 들어온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상반기 판매량은 27만5021대로 작년 상반기(29만2832대)보다 줄었지만, 다른 주요 완성차 및 수입차 판매량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작년 상반기(32.8%)보다 높아졌다. 상반기 기준 기아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28.3%에서 매년 조금씩 높아졌다. 2021년 30% 벽을 깬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의 내수 시장 선전은 SUV와 하이브리드카 덕분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기아 쏘렌토로 4만9588대 판매됐다. 2위는 기아의 카니발(4만4868대)이었으며, 4위도 기아의 준중형 SUV 스포티지(3만9299대)였다. 소형 SUV인 셀토스도 2만9202대 팔리며 7위에 올랐다. 상반기 국내 판매 톱10 중 4개가 기아의 레저용차량(RV)인 셈이다.
기아의 질주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사전 계약을 시작한 EV3가 3주 만에 1만 대를 돌파한 데다 새로 선보인 셀토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반기엔 3년 만에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나오는 EV6가 출격한다. 전기 승용차 EV4도 이르면 연말께 출시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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