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베팅…美보잉 항공기 30조 샀다

입력 2024-07-23 02:18   수정 2024-07-23 02:26


대한항공이 약 30조원을 들여 보잉의 중대형 항공기 50대를 한 번에 산다. 창사 이후 역대 최대 구매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지막 관문인 미국 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미국 회사에 통 큰 베팅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美 보잉에 30조원 베팅
대한항공은 22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조 회장과 스테퍼니 포프 보잉 상용기부문 사장이 B777-9 20대, B787-10 30대(예비 발주 10대 포함)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구매한 B777-9과 B787-10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종으로, 연료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항공기다. 두 기종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뒤 대한항공 기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B777-9은 기존 777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10% 개선돼 가장 효율적인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B787-10은 이날 대한항공에 처음 인도됐으며 오는 25일 일본 노선에 처음으로 투입된다.

▶본지 7월 20일자 A10면 참조

조 회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항공의 기단 확대 및 업그레이드라는 전략적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승객의 편안함과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은 크게 줄여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4년까지 신규 항공기 203대 확대
조 회장이 보잉 항공기를 대량 구매한 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에서다. 대한항공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14개국에 신고했고, 미국 공정거래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미 법무부는 10월 말께 심사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보잉의 잦은 사고 이후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를 대량 구입하며 보잉과의 협력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미국산 항공기를 최대 규모로 사들이며 미국에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이날 도입한 B787-10 여객기의 내부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꾸는 등 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2년 안에 하나로 합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합병 후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자리 잡기 위해 이번에 차세대 여객기를 대거 도입하고, 기종 단순화를 노리고 있다. 최신 기종 도입과 기종 단순화로 운영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3월 약 18조원을 투자해 에어버스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 A350을 33대 구매했다. 이를 포함해 2034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를 203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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