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최초' 기록 쓰며 대권 주자까지…'제2의 오바마' 될까

입력 2024-07-22 08:39   수정 2024-07-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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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은 커리어 내내 '최초의 흑인 여성'이라는 기록을 써내려왔다. 이민 2세대이자 법조인 출신의 개혁 성향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제2의 버락 오바마'로 평가받는다.

해리스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메이카에서 넘어온 경제학자 도널드 해리스, 어머니는 인도에서 이주한 과학자 샤말라 고팔란이다. 이들은 어린 해리스를 유모차에 태우고 민권 운동을 벌일 정도로 소수자 차별 반대에 앞장섰다.

해리스는 12살 때 어머니, 여동생인 마야와 함께 캐나다로 이주해 퀘벡에서 고등학교를 마쳤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흑인 대학교인 하워드대를 졸업했다. 재학 기간 주말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분리 정책)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1983년 대학 학생신문 편집장 퇴출에 맞서 교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1989년 해리스는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 법대를 졸업, 이듬해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오클랜드 알라메다 카운티 검찰청에서 지방검사보로 일하며 검사 이력을 시작했다. 해리스는 자서전 등을 통해 "소수자에게 불리한 형사 사법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내부에서 일하고 싶었다"라며 검사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해리스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것은 2003년이다. 샌프란시스코주 검사장 선거에 출마해 현직 검사장인 테렌스 할리난과 맞붙었다. 결과는 56%를 득표한 해리스의 승리였다. '샌프란시스코주 최초의 유색인종 검사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선거 과정에서 해리스는 '절대 사형을 구형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이를 임기 동안 지켰다. 또 학생들의 무단 결석을 범죄가 시작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만성적으로 결석하는 초등학생들의 부모를 기소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된 해리스는 또 한 번 진보적 의제를 던졌다. '중범죄 삼진아웃제'를 폐지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도입된 이 제도는 폭력·마약 관련 범죄를 세 번 저지를 경우 종신형에 처하게 한다. 해리스는 종신형 처분을 '심각하거나 폭력적인 경우'로 한정하고 복역 중인 범죄자라도 범죄가 심각하지 않은 경우 판고가 재선고할 수 있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안했고 주민들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해리스는 2016년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에 뛰어들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캘리포니아 상원 의원에 출마했다. 로레타 산체스 당시 하원의원(민주당)을 이기고 당선됐다.

검사 스타일의 날카로운 질문은 해리스를 단숨에 화제의 정치인으로 올려놨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 해리스는 낙태권과 관련해 "남성의 몸에 관한 결정을 정부가 대신 내리는 법안이 하나라도 있느냐"고 몰아세웠고 캐버노 후보는 "지금 당장은 생각이 안 난다"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듬해 해리스는 기세를 몰아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차 토론회에서 바이든 당시 후보가 '버싱(busing)' 정책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공격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버싱은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인종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같은 버스에 태워 통학시키는 정책을 말한다. 그러나 2차 토론회 이후 상승세를 이끌어가지 못했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경쟁자들에게도 밀렸다. 그 해 2019년 12월 출마를 포기했다.



8개월 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목되며 기사회생했다. 백인 중산층 남성을 상징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보완하고 흑인·아시아인·여성표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바이든-해리스 캠프는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꺾고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해리스는 미국 최초의 흑인-아시아계 여성 부통령이 됐다.

부통령 임기 동안 해리스의 존재감은 전임자들에 비해 미미했다는 게 외신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상원 외교위원회 경력을 살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깊이 관여한 것과 달리 해리스는 낙태권·이민 문제·투표권 등 국내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토마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즈(NYT) 칼럼니스트는 "지난 2년간 해리스가 부통령으로서 위상을 높이지 못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바이든은 자신의 당과 무소속, 온건 공화당원들에게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임으로 가장 적합한 선택인지 설득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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