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도 하차 결정, 48시간 내 긴박하게 이뤄졌다

입력 2024-07-22 09:09   수정 2024-07-22 09:1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결정은 발표 하루 전 가족과 최측근하고만 공유한 상태에서 비밀리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인 토요일(20일) 오후 늦게 최측근 보좌진인 스티브 리셰티 대통령 고문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 전략가를 비상 호출했다.

자가격리 중이었던 바이든과 이들은 밤늦게까지 대선 후보 사퇴 입장문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바이든의 중도 하차 결정은 지난 48시간 이내에 이뤄졌다고 한 고위 캠페인 참모를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격리 중 전화로 가족과 고위 참모들과 상의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CNN에 중도하차 계획은 토요일 밤에 시작해 일요일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요일 밤 가장 가까운 참모 2명에게 초안 작성 및 발표 준비 시작을 지시했다고 또 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인 이날 오후 1시 46분에 엑스(X·옛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려 전 세계에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하기 불과 1분 전에야 사퇴 결정을 자신의 다른 참모들에게 알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켜 이날 오후 1시 45분에 백악관과 선거캠프 선임 참모들을 모아 단체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발언하는 동안 입장문이 엑스에 올려졌고, 자이언츠 비서실장은 이어서 내각 구성원과 백악관에서 대통령 보좌관 이상의 직급을 가진 이들과 줌 통화를 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홍보 전략을 담당하는 애니타 던 선임고문을 비롯한 참모들에게 입장문을 읽어줬고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에야 대통령의 결정을 알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자신을 둘러싼 고령 논란과 경쟁력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후보직 사퇴는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토론이 발단이 됐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그는 당시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발언 중간에 맥락과 상관이 없는 말을 하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격차가 더 벌어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까지 30여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달 13일 피격당하면서도 "싸우자 싸우자"를 외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공화당 내 '영웅'으로 떠오른 것도 주요했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다시 발이 묶이는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당내 지지가 급속도로 이탈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가 격리하는 동안 지난주 후반부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는데 지지율이 더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107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게 됐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한 건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 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저는 민주당을 통합하고 미국을 통합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와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의제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과의 통화에서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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