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품 산업에도 인공지능(AI)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물류비, 인건비 등이 크게 뛰자 AI를 도입해 비용 절감 정책을 모색하면서다.
미국 CNBC는 캘리포니아가 지난 4월 시간당 최저 임금을 16달러(약 2만2123원)에서 20달러(약 2만7700원)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이후 외식업체 운영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술을 도입하려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이 가격을 크게 낮추는 ‘박리다매식’ 영업에 뛰어들며 출혈 경쟁이 이어지는 것도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향을 부추겼다. 웬디스는 지난 5월 3달러짜리 아침 식사 메뉴를 선보인 데 이어 맥도날드와 타코벨도 지난 6월 각각 5달러, 7달러인 세트메뉴를 출시하며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AI 음성인식으로 패스트푸드를 주문하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미국 최대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의 임원진은 지난 5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5개 지점에서 30개 레스토랑으로 음성 AI 테스트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화이트캐슬은 올해 연말까지 100개에 이르는 레스토랑에서 미국 AI 음성인식 기술 회사인 사운드하운드 기술을 도입할 전망이다.
AI 음성인식은 주문 정확도와 객단가를 높일 수 있어 패스트푸드점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운드하운드는 “AI가 인간의 개입없이 주문의 90%이상을 처리할 수 있다”고 CNBC에 밝혔다. 인간의 일반적인 정확도가 80~85% 수준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얘기다. 사운드하운드는 AI를 주문 과정에 도입하면 드라이브스루(DT)매장의 주문 속도를 약 10%가량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AI가 소비자에게 자동으로 비싼 제품을 제안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주문도 가능하다고 사운드하운드는 덧붙였다.
다만 패스트푸드점들이 AI를 업무에 완전히 적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날드는 지난 6월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IBM과 함께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에 AI를 접목하는 시범 운영을 이달 26일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파트너십 종료에 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틱톡에서 맥도날드 DT매장에서 AI 시스템이 소비자 주문을 왜곡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유포되며 구설수에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웬디스는 지난 2월 AI를 활용한 변동 가격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 대상으로 폭리를 취한다는 논란이 일자 “가격 인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패스트푸드 체인은 AI가 몰고올 생산성 혁신에 과감히 투자하는 추세다. KFC와 타코벨 모회사인 얌브랜즈는 지난해 디지털 기술 도입에 2100만달러(약 290억원)를 투자했고, 현재도 매장 가맹주들이 내는 수수료로 AI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박 얌브랜즈 최고 디지털 및 기술 책임자는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전자 시스템으로는 분당 700개의 타코벨 주문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최근 사내에서는 분당 4600개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점포 관리 중 많은 부분이 미래에 자동화될 것”이라며 생성AI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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