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싱가포르가 제조업 강국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는 한국에서 출장으로 오는 비즈니스 인사들에게 싱가포르 경제·산업 동향을 브리핑 할 기회가 자주 있다. 그 때마다 싱가포르가 총부가가치 중 제조업 비중이 20% 내외 수준이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참고로, 2022년 기준 제조업 강국과의 비중을 비교해 보면 한국(26%), 중국(28%)에 비해 낮지만, 일본(19%), 독일(18%)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도체, 바이오, 정유, 해양플랜트, 전기차 등 다양한 업종의 제조시설이 시 외곽에 다수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첫째,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을 전후해 노동집약 제조업 육성을 시도했다.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기도 했다. 당시 대표 산업지역인 주룽에 의류, 장난감 등 공장이 들어서게 되고, 1963년에는 조선소도 설립하게 된다. 시작은 노동집약 제조업으로 미미했지만 글로벌 산업트렌드 변화에 따라 70년대 기능, 80년대 자본, 90년대 테크, 2000년대 지식과 혁신으로 제조업의 성격은 점차 고부가가치화로 변모했다,
둘째, 반도체, 석유화학, 바이오메디컬 분야 다국적기업들이 생산 또는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싱가포르를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1, 2위 교역품목인 석유화학과 반도체는 싱가포르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산업이다. 바이오메디컬의 경우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생산거점을 두고 있으며, 의료기기 공급업체들도 진출하고 있다. 한국기업으로는 전기차 생산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지향하는 현대차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와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휴대폰 폐배터리 재활용기업인 TES사가 대표 기업이다.
셋째, 싱가포르 정부는 미래에도 제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제조업 육성정책인 ‘매뉴팩처링(Manufacturing) 2030’은 제조업 비중을 20%로 유지하되, 경쟁력 또한 크게 높이겠다고 한다. 금융, 서비스와 함께 제조업 경쟁력도 지속 제고함으로써 우수한 글로벌기업 투자유치, 고용창출, 유관 산업생태계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싱가포르 제조업 생태계와 연계한 협력이 가능할까. 싱가포르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는 반도체 장비 중견기업 G사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동사는 싱가포르 시장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는데, 그간 싱가포르 내 글로벌 반도체기업에 수출을 하며 제조업 진출의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KOTRA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출장을 갈 경우 열린무역관 서비스를 통해 현지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필요시 파트너발굴 지원 등 부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앞으로 싱가포르는 글로벌 공급망 대응, 노령화 대비, 에너지절감 및 전환 추진 등을 통해 지속가능 시스템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기업에도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의 혁신 제조기업들의 진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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