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삼성·미래운용, 휴전한 이유는 [돈앤톡]

입력 2024-07-23 14:50   수정 2024-07-23 19:13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경쟁으로 '앙숙' 관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서는 휴전을 선언한 모양새입니다. ETF와 함께 자산운용사 업계의 핵심 먹거리 중 하나인 OCIO 시장에서 '최대어'(最大漁)로 꼽히는 60조원 규모 연기금투자풀을 증권사에 뺏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23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연기금투자풀을 감독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학계와 연구계, 펀드평가사에 종사하는 외부 자문관 4명을 불러모아 '증권사도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사로 허용할지'를 두고 의견을 구했습니다. 내년 하반기 주간사 재선정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전문가들 의견을 모으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로선 자산운용사만 연기금투자풀 자금을 굴릴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를 증권사로도 확대할지 여부가 뜨거운 쟁점입니다.

연기금투자풀이란 기금 운용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60여 개 기금의 여윳돈을 모아 통합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투자풀을 통해 자금을 관리하려는 기관들의 수요가 늘면서 수탁고 규모는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입니다. 지난달 기준 투자풀의 총 수탁고는 58조9741억원 수준입니다. 2018년 말 수탁고가 17조7812억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6년6개월 만에 약 232% 불어난 셈입니다. 지난해(46조382억원)와 비교해도 28% 늘었습니다.

투자풀 자금은 삼성운용(35조3811억원)과 미래에셋운용(23조5930억원)이 도맡아 관리 중입니다. 삼성운용은 투자풀 제도 도입 시기인 2001년 말부터 줄곧 22년 넘게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했고, 미래에셋운용은 2021년 4월부터 주간사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주간사는 4년마다 재선정합니다.

재선정을 1년여 앞두고 최근 증권사와 운용사 OCIO 사업부서 임직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투자풀 주간사 지위를 '지키느냐 빼앗느냐'가 조직의 성과를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올 들어 증권사들은 "증권사도 주간사로 나설 수 있다"며 기재부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가 OCIO 선두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측은 적극적으로 기재부 동향 파악에 나섰습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5일 윤병운 사장 주재로 임원들이 모인 비공개 콘퍼런스에서 OCIO사업부 연간 목표로 '투자풀 주간사 지위 확보'를 내걸기도 했습니다. 개별 기업의 목표로 제시될 만큼 중요한 업계 숙원이라는 겁니다.

운용업계에서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동지'가 된 이유입니다. 기재부가 증권사에게도 주간사 문호를 열게 되면, 삼성과 미래에셋으로선 주간사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운용리그 내부 싸움에 증권사란 복병들이 가세하기 때문입니다. 낮은 보수 탓에 수익성은 '규모의 경제'에 의존해 왔는데, 굴리는 자금 규모까지 줄면 이마저도 무의미해진다는 우려입니다. 양대 운용사 한 관계자는 "월간 보고 때 기회가 되면 (기재부 측에) 운용사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번만큼은 우리 두 운용사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사의 논리는 업권 간 경쟁 구도를 형성해야 운용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양대 운용사 독점 체제에선 기금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인데요. 증권사 한 임원은 "운용사는 취급하는 상품군의 개수와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운용사들은 증권사들이 들어온다고 수익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운용사의 한 임원은 "과거 운용사 간 투자풀 주간사 지위 다툼이 있었을 때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제자리 걸음 수준"이라며 "돈을 맡기는 기금들이 위험자산에 투자할 의지를 보이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주간사 간의 경쟁이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기재부는 올해 말까지는 증권사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체제를 유지하든, 증권사 참여를 허용하든 어떤 결론이든 간에 연말까지 답을 내리고자 한다"며 "현재 외부 전문가들 의견을 취합 중이고 일부 증권사들을 불러 의견을 들을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ETF 시장에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2~3%포인트 격차를 두고 시장 점유율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각사가 인기 ETF의 수수료를 제로(0)에 수렴하는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았습니다. 삼성운용은 올 4월 일부 미국형 ETF의 보수를 기존 0.05%에서 0.0099%로 내렸습니다. 1억원을 투자할 때 보수가 1만원이 채 안 되는 것이다. 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 미래에셋운용 역시 지난 5월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내리며 '업계 최저 보수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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