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들 줄줄이 판매중단 '손절'…티몬·위메프 '초유의 사태' [종합]

입력 2024-07-23 14:57   수정 2024-07-23 15:31

온라인 쇼핑업체 티몬과 위메프 입점한 유통사들이 줄줄이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과 산하 계열사에서 불거진 정산 지연 사태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판매사와 소비자들 혼란이 일자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 유통 기업들은 잇따라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했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큐텐이 운영하는 AK몰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티몬·위메프 정산금 지연 사태가 확산된 19일을 전후해 판매를 철수한 것이다.

위메프에서 별도 운영하는 백화점 관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판매를 중단했으며, 홈쇼핑 관에서는 현대·신세계라이브·공영·GS홈쇼핑과 CJ온스타일·SK스토아·홈앤쇼핑 등이 판매 게시물을 모두 내렸다. 전문몰 관에서 철수한 업체는 LF몰·다이소몰·엔터식스·아이파크몰 등이다.

NHN의 결제 사업 플랫폼인 페이코도 ‘티몬캐시’ 환전을 중단했다. 티몬의 선불충전금인 티몬캐시는 티몬 내 상품구매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타 플랫폼 포인트로 환전도 가능하다. 특히 페이코 포인트는 세금과 공과금 납부가 가능하고 40만개 가맹점에서 결제도 돼 소비자들 사용 빈도가 높았지만 이날부터는 티몬 캐시 환전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티몬캐시 판매 페이지에는 '미사용 티켓 환불제 미적용 상품'이라는 환불규정이 명시돼 있는데도 환불 문의가 줄줄이 올라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 대금 이슈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고 문의도 많아 일단 판매 중지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위메프와 티몬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자'로 금감원에 등록돼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큐텐코리아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공정위는 큐텐이 전자상거래법상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했는지 등을 조사 중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큐텐그룹의 유동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커머스 업체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AK몰 등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계열의 수익성과 재무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자본금을 까먹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1309억원)의 5배를 웃돌았다. 당장 쓸 수 있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5배 더 많다는 의미다. 위메프의 작년 말 기준 유동자산은 617억원이었다. 유동부채(3098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판매자와 소비자 이탈까지 이어지면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큐텐은 이번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도 최근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강도 구조조정 등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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