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3일 15: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 베셀이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다. 본업이 부진한 가운데 이종 산업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재정 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셀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라온저축은행 지분 60%를 68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취득 예정일은 내년 2월 8일이다.
베셀은 2004년 설립된 디스플레이용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유무인 경량형 항공기 개발기업 베셀에어스페이스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베셀은 본업 경쟁력이 훼손된 상황에서 저축은행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이번 M&A에는 회사 자금이 총동원될 전망이다. 베셀의 3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3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6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45억원을 더해도 인수 자금이 부족하다.
베셀은 주요 매출처였던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3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222억원으로 자본금 402억원을 밑돌아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부족한 운영자금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최대주주가 코스닥 상장기업 더이앤엠으로 바뀐 이후 수주 잔고는 더 줄었다. 베셀의 수주 잔고는 2022년 말 441억에서 2023년 말 261억원, 올해 3월 말 71억원으로 줄었다.
베셀의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라온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40억원인 경북 지역 기반 저축은행이다. 지난해에만 자본금에 맞먹는 순손실 44억원을 올렸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21.31%에 달하는 등 건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자칫 사금고로 활용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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