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경쟁에서 접전 중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이후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이 해리스 부통령으로 결집한 결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로 전망된 미국 대선 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원 79%, 해리스 지지
미국 여론조사업체인 모닝컨설트가 22일(현지시간) 유권자 4001명을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율이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7%)보다 2%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모닝컨설트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6%포인트였다. 다른 여론조사업체인 퀴니피액대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47%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9%)에게 2%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해리스 부통령 아래 결집한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 참여한 민주당 유권자 중 65%가 해리스 부통령 출마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말 이 비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날 CBS와 유거브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원의 79%가 해리스의 대권 후보 승계를 찬성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경쟁력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리스 부통령(45%)과 트럼프 전 대통령(47%)의 지지율 격차가 2%포인트이던 지난달 말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CNN은 전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각 주의 대의원이 지지 후보를 공개 호명하는 ‘롤 콜(roll call)’ 투표를 치러 8월 7일까지 대선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표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이용해 화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선거자금 모집도 사상 최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둘러싸고 내홍에 빠졌던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해리스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며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날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해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정치자금 유입도 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 이후 몇 시간 만에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2억5000만달러(약 3466억원)의 기부금 및 약정을 유치했다. 미 대선 역사상 하루 만에 모인 선거자금 중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민주당 모금 플랫폼인 액트블루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후 1억600만달러를 민주당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특별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는 지난 24시간 동안 1억5000만달러의 기부금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NBC 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내려놓은 21일 이후 88만8000명의 소액 기부자가 해리스 캠프에 기부했다”고 했다.
위축된 ‘레드웨이브’
민주당의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 정치 예측 사이트인 폴리마켓은 민주당이 11월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될 확률을 52%로 예상했다. 지난주엔 이 비율이 45% 수준이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그의 극단적 공약은 시행되기 어렵다.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베팅 시장 추이를 보면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이 올라가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레드웨이브’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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