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유업계, 고급화로 돌파구 찾는다

입력 2024-07-23 17:24   수정 2024-07-24 01:30

저출생 등 여파로 국내 우유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파른 원유값 상승도 매출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등 주요 유업체는 기능성을 강화한 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한편 단백질 보조제, 식물성 음료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우유 수입 3년 새 두 배 급증
업황 악화에 따른 유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3일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7529억원이던 국내 흰 우유 시장은 매년 위축돼 지난해 1조6591억원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1조6000억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도 지난해 26년 만에 26㎏을 밑돌았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1~2년 뒤면 흰 우유만 만드는 회사는 모두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유 소비 감소에도 외국산 우유 수입은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6t에서 작년 3만7407t으로 3년 새 226%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6700t을 기록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5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산 우유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싼 가격 때문이다. 대규모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폴란드,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우유는 L당 가격이 1500~1600원으로 국내산의 절반 정도다. 낙농가에서 공급하는 원유값이 상승함에 따라 국산 우유 가격이 매년 오르는 사이 값싼 외국산 우유가 시장을 파고드는 것이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카페, 빵집 등 프랜차이즈업계도 대부분 수입 유가공품 원료를 쓴다.
단백질 식품 등 사업 다각화
유업계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 가격은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매년 협상을 거쳐 결정한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부터 원유 가격을 L당 최대 26원 올리는 방안을 두고 줄다리기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낙농가는 26원 인상을, 유업계는 동결을 주장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뛰는 만큼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고물가에 가격을 인상하면 매출이 더 떨어질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우유 공습에 유업체들은 제품 고급화로 맞서고 있다. 흰 우유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는 5년간 연구개발 끝에 지난 4월 A2 우유를 출시했다. A2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 구성이 모유에 가까워 소화율이 높다. 서울우유는 2030년 모든 유제품에 A2 원유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은 매출이 저조한 흰 우유와 분유 등 유제품 판매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 보조제, 식물성 음료 등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사명에서 ‘유업’을 떼는 것도 검토 중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단백질 식품 브랜드 ‘셀렉스’ 등의 판매를 늘려 내년까지 흰 우유 매출 비중을 60% 밑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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