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주가는 지난 1월 당시 이미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개인은 저점 부근이라고 보고 매수에 들어갔다. 당시 네이버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 수준이었다. ‘성장을 잃어버린 성장주’ 치고 지나치게 높은 PER이었다. 가장 고점이던 2021년 7월 당시 네이버 PER은 60배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국내 광고시장 위축,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e커머스 경쟁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겹치면서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했다. 올 상반기에만 네이버는 52주 신저가를 여덟 번이나 경신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주가와 비교하면 더 이상 네이버의 인터넷 쇼핑 성과에 높은 멀티플(기업가치 평가 배수)을 부여하기가 어렵다”며 “새로운 사업을 통한 고성장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 순매수 2, 3, 4, 7위를 차지한 삼성SDI, LG화학, 포스코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도 실적이 부진했지만 개미들은 저가 매수를 이어갔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됐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주가가 더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LG화학 주가는 올 상반기 29.99% 하락했고 삼성SDI(-24.20%), 포스코홀딩스(-25.61%) 등도 부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2차전지 업체들의 주가 거품이 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개인 투자 열기를 꺾진 못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업체 주가가 장기적 상승세로 전환하려면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다시 나타나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상승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 해외 주식 투자자의 상반기 순매수 1위는 테슬라, 2위는 엔비디아였다. 올 상반기 테슬라가 20.34% 하락했지만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같은 기간 엔비디아가 156.47% 오르면서 전반적인 투자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다른 빅테크주도 대거 상승세에 가세했고 내수주, 중·소형주까지 고르게 랠리에 동참했다.
수익률 격차가 커지면서 투자자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2.1%였다.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가량 줄었다. 반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858억1181만달러로 작년 상반기(654억9044만달러) 대비 31% 늘었다.
배태웅/심성미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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