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가 협력자가 된 건 서로 주고받을 게 많아서다. AP를 주로 퀄컴에서 납품받는 삼성전자에 미디어텍은 퀄컴 납품 단가를 깎을 수 있는 좋은 카드다. 공장이 없는 설계 전문 기업 미디어텍은 삼성 파운드리의 잠재 고객이기도 하다. 미디어텍에 삼성전자는 AP 시장에서 놓쳐선 안 되는 대형 고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가 앞으로도 실리 위주의 협업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MX사업부는 프리미엄 태블릿 PC에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주로 썼다. 예컨대 2022년 나온 갤럭시탭S8엔 스냅드래곤 8Gen1,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탭S9에 스냅드래곤 8Gen2가 장착됐다.
탭S10에 스냅드래곤 AP 대신 디멘시티 9300+를 넣는 건 미디어텍의 기술력이 크게 좋아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미디어텍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중저가 AP ‘헬리오’ 시리즈를 납품하며 실력을 키웠다. 퀄컴을 제치고 AP 점유율 세계 1위(2024년 1분기 출하량 기준 39%)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이 중국 화웨이와 화웨이의 AP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제재하면서부터다. 화웨이 제재 반사효과로 존재감을 키운 샤오미, 오포, 비보가 미디어텍의 프리미엄 AP 주문을 늘리면서 기술력과 노하우가 축적됐다.
삼성이 전격 채택한 디멘시티 9300+는 미디어텍의 설계 역량이 총집결된 제품으로 평가된다. 경쟁 AP인 스냅드래곤 8Gen3와 같은 TSMC의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됐지만 최근 반도체 성능 평가 사이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가격은 퀄컴 AP 대비 1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퀄컴 의존도가 높아지면 부품 단가 협상에서 퀄컴에 끌려가게 된다”며 “미디어텍은 퀄컴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입장에선 분기당 1억 개의 AP를 판매하는 미디어텍은 꼭 끌어들여야 할 잠재고객이다. 현재 미디어텍은 프리미엄 칩 생산을 주로 TSMC에 맡긴다.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서 미디어텍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모바일 D램 신제품의 검증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두 회사의 접점을 넓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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