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던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포스트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식 지지를 표명해 화제다. 클루니뿐만 아니라, 유명 배우와 할리우드 핵심 인사들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클루니는 이날 낸 성명에서 "우리는 모두 해리스 부통령의 역사적인 임무 수행을 지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대해선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며 "그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클루니는 지난달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바이든 캠프가 2800만달러(약 388억원)를 모으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는 민주당 단일 행사 모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던 클루니가 지난 10일 NYT에 바이든 대통령의 소위 '고령 리스크'를 정조준하면서 대선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기고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이어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후 이틀 만에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표명하면서 할리우드의 해리스 지지 기류를 이끌었다.
클루니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 표명 당시 블룸버그는 "할리우드 기부자들이 바이든을 밀어낸 뒤 해리스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할리우드 사이에 유대관계에는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이 과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의 정치적 조언자로 알려진 유명 컨설턴트 앤디 스펀은 최근 "해리스 뒤로 올인"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창립자이자 회장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해리스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이제는 승리할 때"라고 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는 인스타그램에 해리스 부통령의 사진을 올리고 "여성의 권리와 유색인종을 위한 열렬한 옹호자"라는 글을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에 감사의 뜻을 표한 할리우드 스타들도 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원로배우 로버트 드 니로는 "기민한 정치와 이타적인 애국심의 행동으로 조 바이든은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길을 열어주려 물러났다"며 "투표소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 더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로가수 겸 배우 셰어도 "나는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킬 유일한 기회라고 믿는다. 민주당은 정말로 고정관념을 깨고 생각해야 한다"며 "이기는 것이 전부이고, 이기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원로가수 겸 배우·감독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조 바이든은 4년 임기 동안 현저한 업적을 성취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등으로 유명한 작가 겸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와 드라마 '로스트' 등을 연출한 감독이자 작가 데이먼 린들로프 등도 전날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다만 할리우드의 민주당 지지 일각에서는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벌리힐스에 본사를 둔 투자자문사 벨에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토드 모건 회장은 "바이든이 사퇴해서 기쁘긴 했지만, 이것이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잘 모르겠다"며 "(트럼프의 우세에 따른) 피해가 이미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