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전쟁…파우치형 LG엔솔·SK온, 각형 삼성SDI

입력 2024-07-24 16:03   수정 2024-07-25 13:57

네모난 육면체(삼성SDI) vs 봉투 형태(LG에너지솔루션·SK).


배터리 내부를 전부 고체로 구성해 에너지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기술’ 전고체 배터리를 두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회사 중 가장 이른 시점인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SDI는 ‘각형’을 전고체 배터리의 이상적인 형태로 점찍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봉투 모양의 ‘파우치형’이 전고체 배터리의 최적 형태라고 보고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쏟고 있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파우치형으로 전고체 배터리 샘플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2027년 양산은 각형으로 추진 중이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를 자동차뿐 아니라 선박, 드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적용하기 위해선 외부 충격에 따른 화재 가능성을 제로에 가깝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삼성SDI는 각형이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인 안전성 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 23일 배터리 포럼인 ‘SNE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전고체는 외장재 자체의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파우치형은 (외장재가 필름 형태라) 불에 잘 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각형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도 삼성SDI의 전략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의 50% 이상이 각형이다. 전고체 배터리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기업들은 그동안 사용한 배터리와 비슷한 폼팩터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이 전고체의 특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전기를 전달하는 통로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전고체에 기대하는 ‘기존 배터리 대비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려면 전기이온이 고체 내에서도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이온이 활발히 움직이려면 고체 전해질 저항을 낮추기 위해 높은 압력을 가하는 ‘가압’이 필요한데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 형태가 가압 기술을 적용하기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각형은 가압 공정이 어렵고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과 시장성을 살리려면 파우치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화재는 대부분 외부 충격에 의해 액체 전해질이 누출돼 발생하는 만큼 파우치형이라도 충분히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온도 파우치형 전고체배터리를 개발중이다. SK온은 2025~2026년 파일럿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9년경 상용화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LG엔솔과 비슷하게 파우치형의 에너지효율성 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연구개발 및 생산을 진행할 대전 배터리연구원 황화물계 차세대 배터리 파일런 플랜트는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SK온은 미국 솔리드파워(Solid Power), 사이온파워(Sion Power) 등 해외 파트너사와 기술협력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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