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고사직' 당한 척 타간 실업급여…적발땐 토해내게 한다

입력 2024-07-24 17:59   수정 2024-07-25 01:01


“자의로 사직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권고사직 등으로 처리해 달라는 직원이 적지 않습니다. 퇴직금과 위로금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입니다.”

24일 한 유통업체 인사담당자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그는 “근로자는 ‘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사직’으로 처리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주고 회사는 희망퇴직으로 처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해고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라도 인력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실업급여 부정수급 진위 파악에 나선 것은 이처럼 실업급여가 ‘위로금’이나 ‘급여 보전’ 수단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1만564개 사업장 및 이들 사업장을 퇴직해 실업급여를 받은 6만4530명을 대상으로 퇴직 사유 진위를 확인해 퇴직 사유가 신고 서류와 다른 점이 확인되면 실업급여 수급액 반환을 명령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피보험자(근로자) 퇴직 사유로 경영 악화 등 경영상 필요성을 적어낸 사업장이 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며 “부정수급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 실수여도 지급액을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반환 청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보다 대기업 공기업 등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 사유를 허위로 꾸며 실업급여를 받아가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직(離職)확인서’ 키워드의 검색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53.6% 늘어났다. 이직확인서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서류다. 구직할 때부터 사업장을 떠나 실업급여를 받을 생각을 하는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알아챈 일부 사업주는 단기 알바를 채용하는 공고를 내면서 키워드로 이직확인서를 집어넣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손이 부족해 실업급여를 목적으로 구직하는 단기 알바라도 고용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한 소규모 유통업체 대표는 “원래 일하던 사업장에서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나와서 실업급여를 받기 어려운 근로자는 일부러 단기 알바로 취업한 뒤 해고당하고 실업급여를 타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연간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99억96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전년(268억2700만원) 대비 11.8%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1~5월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118억7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3억1400만원을 넘어섰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1.7%) 많은 1만30원으로 확정되면서 실업급여(구직급여)의 하루 지급 하한액이 6만3104원에서 6만4192원으로 오르는 만큼 제대로 된 단속이나 제도 개편이 없다면 부정수급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실업급여 부정수급과 반복 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5년간 5회 이상 반복 수급자의 수급액을 최대 50% 감액하는 내용을 정부안으로 발의했다. 유독 1년 이내 짧은 기간만 일하고 비자발적으로 퇴직(해고 등)하는 직원이 많은 사업장은 사업주 부담 고용보험료를 최대 40% 추가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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