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은 육상, 해양, 수중 생태계에 사는 유기체의 다양성뿐 아니라 그들이 형성하는 생태학적 복합체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뽑은 ‘미래 10년 글로벌 위기 10’ 중 3순위로 선정된 생물다양성의 악화는 해당 지역 내 종과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과 인근 주민의 삶과 생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중국 쿤밍에서 개최된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쿤밍 선언’을 통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하고 되돌리기 위한 향후 10년간의 지표와 목표를 설정했다.
기업의 사업 활동은 토지 및 해양 이용, 천연자원 착취, 기후변화, 오염, 침입 외래종 유입 등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기업의 직접적 활동 및 밸류체인에서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자본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활동을 식별하며, 관련 대응을 공시하도록 하는 자연자본 관련 위험 및 기회를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다. 특히 LEAP 접근법이 특징이다. LEAP는 지역 식별(Locate), 의존도·영향 평가(Evalutate), 위험·기회 측정(Assess), 공시 준비(Prepare)의 약어다.
국내에서도 생물다양성 주요 공시기준으로 TNFD를 선언한 기업이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2022년 우리금융그룹이 처음 가입한 데 이어 신한금융그룹과 하나·KB금융그룹이 동참했고,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홀딩스를 시작으로 SK주식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포스코퓨처엠 등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해외에서 3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2024년 TNFD 기반 자연자본 공시를 하기로 약속했다.
생물다양성 스페셜 보고서 발간한 신한금융
신한금융은 TNFD 공시기준에 따라 스페셜 리포트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2022년 보고서부터 2년째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TNFD의 LEAP 접근법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자연과의 접점과 의존성 및 영향 분석을 수행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적도원칙 검토 사업인 태안안면클린에너지 발전 사업, 양양 수리 풍력발전 사업에 관해 세계자연기금의 생물다양성 리스크 필터 툴을 활용, 환경 및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요한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는(Assess)’ 단계까지 분석했다. 또 신한금융은 ‘훼손된 담수, 해양 및 육지 생태계의 최소 30% 복원·보장’, ‘생태계 기능 서비스 복구 유지 증진’ 등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기반한 23개 항목 중 신한금융과 관련해 13개 항목을 도출했다.
앞으로 신한금융은 자연자본과 연계성 있는 사업의 자연과 접점, 의존성 및 영향을 신한금융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로 확대하는 등 TNFD 프레임워크에 대한 대응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선제적으로 제주한림 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에 대한 LEAP 분석을 수행했으며, 올해는 LEAP 분석 검토 대상을 늘리고 다양한 툴을 활용해 구체성을 더욱 확보했다.
하나금융은 올해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중 스페셜 리포트 섹션에서 생물다양성 보고를 시작했다. 생물다양성 관련 거버넌스와 7월 수립한 그룹의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 내 전략 및 정책을 소개한 후 LEAP 분석법에 따라 하나금융그룹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다양성 관련 의존도와 영향을 식별했다. 식별 결과 자연 영역에서 육지·담수·해양·대기·생물다양성 요소와 그에 연결된 산업군을 추출했다.
우리금융도 올해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내 생물다양성 정책을 소개하고 생명의 숲 조성과 동서트레일 조성 사업에 대해 LEAP 방법론을 적용, 프로젝트가 미치는 생물다양성 측면의 영향도를 4단계에 걸쳐 측정했다. 2023년에는 청송 노래산 풍력발전 사업을 예시로 LEAP 도입을 위한 선행 분석을 실시한 바 있다.
계열사의 생물다양성 리스크 공시한 SK
㈜SK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내 스페셜 페이지에서 계열사의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 보고 체계, 평가 프로세스 등을 간략하게 공시했다. SK그룹은 2023년 3월 생물다양성 정책을 개정한 후 생물다양성 보호에 관한 중장기 목표 설정 및 관리 수행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으로 SK하이닉스의 수생태 모니터링, SK이노베이션의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 보고 체계와 평가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구체적으로 서울 남산 지역 및 동강 지역 5G 서비스 제공, 노후 안테나 교체 사업 등에 대해 LEAP 접근법을 일부 적용해 간단한 위치 평가·의존도 및 영향도·중요도 및 리스크 평가·완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내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TNFD 공시를 선보였다. LEAP 접근법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및 주요 공급업체의 자연 관련 의존성과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연 이슈별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도출하며 ▲최종적으로 공급망 차원에서 함께 이행해야 할 자연 관련 전략과 과제를 식별했다.
특히 자연 기반 위험 및 기회 평가 결과 수자원, 폐기물·오염물질, 생물다양성 세 부문의 리스크가 도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자연 관련 분석을 초석으로 자연 관리 거버넌스를 구축해 네이처 포지티브 중장기 관리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2025년에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현재 식별된 자연 관련 리스크의 영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포스코홀딩스는 LEAP 접근법을 일부 적용해 생물다양성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생물다양성 정책을 신설하고 핵심 사업장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팜 농장 주변 관리 프로그램, 포스코의 제철소 인근 바다 사막화 지역의 바다숲 조성 등을 소개했다. 주요 산업인 철강의 자연자본 의존도 및 영향도 1차 분석을 실시한 결과 생태계 의존도를 분석한 지표(21개) 중 용수 사용을 비롯한 3개 지표에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 2개 사업장 인근 5km 이내에서 멸종 우려종을 조사했고, 사업장이 위치한 포항과 광양의 주요 리스크 요인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TNFD에서 산업별 자연자본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산업별로 TNFD의 자연자본 공시 권고안이 요구하는 LEAP 접근법 적용 요건이 달랐지만 이제 구체적 가이던스가 나왔기에 앞으로 기업이 보고하는 TNFD 공시가 조금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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