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서 외면받던 방산주, 우주항공 등 다시 주목

입력 2024-08-06 06:01  

[한경ESG] 돈 되는 ESG ETF

2024년은 전 세계 76개국에서 총선, 대선 등이 치러지는 이른바 ‘슈퍼 선거의 해’다.

미국에선 지난 6월 27일 첫 TV 토론회가 진행된 이후 민주당의 후보 교체 등 대선 레이스가 빠르게 점화되는 양상이다.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피해주와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가운데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 분야로는 글로벌 방위산업이 꼽힌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4년 7월, 향후 5년간 유럽연합(EU)을 이끌 집행위원장에 재선임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공약집을 통해 전례 없이 안보·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여전히 유럽 집단 방위의 근간이지만, 이제 ‘진정한 유럽 방위동맹(European Defence Union)을 구축할 때’라고 언급한 것이다. 국방 담당 집행위원직을 신설하고 ‘국방 미래 백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방위산업, ESG 통합 전략 주목

ESG 투자 관점에서 방위산업은 어떻게 봐야 할까. 무기는 살생과 전쟁을 목적으로 사회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적으로부터 나와 가족, 국가를 보호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수단일까.

특정 산업, 이른바 죄악주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대변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은 ESG 투자전략의 한 형태지만, 이에 앞서 종교적·윤리적 동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책임투자’를 뿌리로 시작된 투자 방식이다. 그래서 통상 죄악주에 해당하는 방위산업, 무기제조 등 경우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곤 한다.

최초의 책임투자펀드로 알려진 미국 ‘Pax World Fund’(1971년 출시)는 종교적 신념에 기반해 전쟁, 무기, 담배, 주류, 도박 산업 및 환경오염산업 등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적용했다.

여전히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사용 중인 투자기관도 있다. 노르웨이(GPFG), 스웨덴(AP7), 네덜란드(APG), 미국(CalPERS,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일본(GPIF) 연기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매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기업 목록을 공개하는데 특정 무기류, 담배 및 대마초, 석탄, 오일샌드, 팜유 생산 기업 및 국제 규범 위반 기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공적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투자가 활성화된 유럽 시장에선 민간 투자기관이 이끄는 미국에 비해 특정 산업에 대한 배제 전략이 활발히 적용된다. 특히 무기 부문의 경우 제도적 배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2007년 유럽권 국가를 주축으로 46개국이 모여 맺은 ‘오슬로협약’이 대표적이다.

오슬로협약은 분산탄 사용과 제조를 제재하는 국제협약으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등은 자국법으로 분산탄 사용과 제조를 제재하는 한편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고 공적연금의 운용을 금지했다. 이후 스웨덴의 국민연금과 덴마크의 산업연금 등 북유럽의 주요 연기금이 군수품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그러나 유럽 연기금이라고 해서 무기를 포함한 모든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다. 수출 규모 기준 전 세계 상위 100대 방산기업은 GPFG, APG는 물론 미국 CalPERS, 우리나라 KIC의 투자 기업 목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러·우전쟁을 계기로 가장 강경한 ESG 투자전략을 수립, 시행하던 EU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스웨덴 금융그룹 SEB다. SEB는 2021년 2월부터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바 있다.

유럽 내 심각한 안보 상황이 지속되고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투자를 금지한 지 1년 만에 집속탄, 핵무기 제조 등에 해당하지 않는 방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는 것으로 ESG 투자 규정을 개정했다. 독일 정부는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을 결정했고,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가 투자 의사를 밝혔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사회책임투자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 나타난 형태로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사회, 환경 성과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기에 ‘투자’ 전략으로의 지속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책임투자가 ESG 투자로 진화하는 단계에 들어선 이후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아닌 ESG 요소를 통합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장기적 안정성과 수익을 추구하는 통합 전략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주항공’, 성장가능성에 투자

글로벌 군비 증강 경쟁의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대량 살상에 사용된다는 사회적 논란, 이른바 ESG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위산업 부문으로 ‘우주항공'에 주목해야 한다. 우주항공 부문은 전통적 방위산업은 아니지만, 러·우전쟁을 비롯해 21세기 이후 나타난 지정학적 충돌 사례를 통해 국방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서 성장 가능성과 투자의 필요성을 입증했다.

인공위성을 포함한 우주항공 분야와 이를 기반으로 활용하는 통신망 보안, 복원력 강화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미국의 국방예산에서도 우주항공 및 사이버 분야에 대한 투자 의지가 뚜렷이 나타난다.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2023년 국방예산에서 우주항공 부문 예산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력 강화 핵심 전략으로 ‘우주(space)와 사이버(cyber), 3대 핵전력(Nuclear Triad, ICBM, SLBM, 전략폭격기를 의미)’을 제시했고, 이는 향후 국방비 지출 방향이 재래식 군 전력을 강화하던 과거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주항공의 위성 부문이 기상 및 자연재해 관측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는 기상 위성 자료를 통해 구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풍속과 방향을 계산하며 날씨를 예측한다.

지구를 관측하는 기상 위성은 호우, 황사, 장마, 허리케인 등 기상 변화 예측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데 활용된다. ESG 투자자 역시 새로운 방위산업의 카테고리이자 기후변화 적응 및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우주항공 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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